매일신문

현 체육정책 무엇이 문제

지난달 26일 천안의 초등학교 축구부 합숙소 화재 참사 이후 8일 국무회의에서 소년체전 폐지, 정규 수업 후 지역클럽 체육활동을 주 내용으로 하는 학교체육 개선방안이 마련되었다.

초·중학교 운동선수들이 성적을 올리기 위해 '운동 기계'처럼 양성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마련된 안이다.

이 방안은 단순히 소년체전을 폐지하는 데서 벗어나 현재 엘리트 체육 위주로 돼 있는 국내 스포츠의 근간을 바꿀만한 파장을 담고 있다.

검토 과정에서 어떠한 내용이 보완되고 수정될지 체육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으며 좀 더 종합적인 체육 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소년체전과 초·중 학교 체육의 폐단=70·80년대 전국체전이 시·도간의 경쟁으로 인해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다가 지금은 관심을 끌지 못하듯이 소년체전도 학생 선수들만의 잔치로 전락한 지 오래다.

그러나 시·도 체육회와 시·도 교육청, 체육인들과 선수, 학부모들의 열성은 여전히 대단하다.

일반인들의 관심에선 멀어졌지만 전국체전이나 소년체전이 기관장, 관계기관, 체육인들 사이에 뜨거운 지역별 순위경쟁의 장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초·중학교 팀들은 소년체전을 가장 중요한 대회로 여기고 있으며 체육 지도자나 교사들에 대한 인사고과 항목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소년체전을 위해 교육청이 학교 팀을 창단하고 운영하도록 교장에게 권유, 비용문제 등으로 부담을 느끼면서 마지 못해 팀을 창단하기도 한다.

선수 선발도 어려워 운동에 재질이 엿보이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달콤한 말로 꼬드기면서까지 운동선수로 만드는 부작용도 적지 않다.

대구의 경우 롤러, 조정, 검도 등 일부 종목 팀들은 선수 1, 2명으로 구성해 근근이 팀을 꾸려가기도 한다.

또 체육 지도자들은 소년체전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 선수들에게 학교 수업을 빼먹게 하면서까지 강훈, 합숙을 시키는 것이 현실이다.

이 과정에서 성장 단계에 있는 어린 선수들을 혹사, 조로 현상을 일으키는 문제점이 발행하기도 한다.

강재영 대구레슬링협회 전무는 "소년체전을 위해 어린 선수들이 성적을 올리는 데 급급하다 몸이 망가지는 사례가 많다.

그런 면에서 소년체전 폐지는 검토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소년체전 존폐의 의미=이러한 폐단에도 불구하고 소년체전은 비인기 종목 선수들을 양성, 엘리트 선수들을 길러내는 산실로 자리잡아 왔다.

비인기종목의 선수들이지만 전국체전 등을 통해 국가대표로 발돋움하고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등에서 메달을 따 국가 이미지를 높이고 국위를 선양하게 되는 것이다.

선수들은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면 연금을 받게 돼 운동선수로서 '성공'하게 된다.

소년체전이 폐지되면 비인기종목의 경우 마지 못해 운영되던 학교팀들이 상당수 해체될 가능성이 크며 비인기 종목의 저변이 약화돼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왔던 한국 스포츠의 위상이 추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구시체육회 박종수 운영과장은 "지난 89년부터 91년까지 소년체전이 종목별로 개최되는 등 대회 규모가 축소되면서 유망주들이 적게 배출된 적이 있었다"며 "소년체전이 폐지되면 비인기종목의 유망주들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규 수업후 지역클럽 체육활동 방안=학교 팀 위주로 운영돼 지나치게 경쟁적인 현실을 벗어나고 어린 학생들에게 운동선수로서 적성을 개발하고 스포츠를 즐기게 하기 위해 정규수업후 지역 스포츠 클럽으로 끌어들이는 방안도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다.

축구나 야구 등 일부 인기 종목은 어느 정도 가능한 이야기지만 레슬링, 조정 등 비인기 종목의 경우 현재 국내 여건상 지역스포츠클럽을 활성화하기가 쉽지 않다.

사회적 시설 기반이 미약한 데다 즐기는 스포츠로서 매력도 크지 않기 때문이다.

△종합적 체육정책이 필요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엘리트체육'을 지양하고 전 국민이 즐기는 '사회 체육'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에는 대체적으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이 문제는 국내 체육정책의 큰 틀을 변화시킨다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초등학교 축구부 화재 참사를 계기로 전국체전은 존속시키고 소년체전은 폐지한다는 부분적인 개선 방안이 아니라 본격적인 '사회체육 시대'로 가면서 엘리트 체육과 조화시키기 위한 종합적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대구시교육청 김종영 장학사는 "엘리트 체육을 중심으로 한 지나친 경쟁 체제의 스포츠에서 벗어날 시기가 됐다"며 "전국체전 등을 체육인들만의 잔치에서 전 국민의 축제의 장으로 변화시키는 등 새롭고도 종합적인 체육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지석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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