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멀어지는'幸福 수술'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많은 여성의 미(美)뿐만 아니라 운명은 그녀들 코의 곡선의 상하향(上下向)이 지배한다'고 했던가. '다이어트는 신흥종교'라는 빈정거림이 나올 정도로, 예뻐 보이고 싶은 여성들의 성형수술 붐은 지난 세기말 이후 지구촌을 뜨겁게 달궈 왔던 게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방 흡입 수술을 받다가 숨지는 사고가 일어나는 등 그야말로 목숨을 건 '선풍'을 몰고 왔었다.

심지어 각종 시험장의 면접에서 원서에 붙은 사진과 실제 인물이 달라 동일인 확인에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기까지 하는 세태다.

▲우리나라는 급기야 '성형수술 왕국'이라는 말까지 나오기도 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지난해 8월 한국 성인 10명 중 1명은 성형수술을 받았으며, 10개월간 7차례나 쌍꺼풀 수술을 받은 여대생도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쯤 되면 가히 '성형 중독'이라는 말이 설득력을 얻고도 남지 않겠는가. 게다가 성형수술이 건강보험에서 제외돼 수익성이 좋다는 이유로 다른 전공의 의사들이 성형외과로 바꾸는 바람이 일던 추세이기도 했다.

▲하지만 '부의 상징'인 서울 강남 일대의 성형외과 손님들이 급감, 그 '봄날은 갔다'는 소문이다.

뿐 아니라 치과·피부과·안과 등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는 진료가 많은 '비보험' 병·의원들이 경기 침체로 휘청거리는 모습이다.

지난해 말부터 성형·보철·라식수술 등 다급하지 않은 진료를 포기하는 바람이 일기 시작, 최근엔 심한 경우 매출 순익이 그 이전의 3분의 1이나 반 이상으로 줄었다 한다.

▲그 사정은 보약 조제로 활황을 누리던 한의원들은 더 심한 모양이다.

가장 큰 수익을 안겨주던 보약이 잘 팔리지 않아 1997년의 외환 위기 때보다도 힘이 들 정도라 한다.

더구나 지금은 보약 시즌이지만 약을 지으러 오는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고, 매출은 예년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형편이다.

한의원의 문을 닫고 고용 의사로 들어가는 경우가 허다하고, 부동산 시장에는 매물로 나온 의원들이 쌓이기는 한·양의원 모두 같은 사정이라 한다.

▲이젠 '매출 시장에만 익숙해 있던' 비보험 병·의원들이 살아남기 위한 몸집 줄이기는 물론 '덤핑'을 하면서까지 활로를 찾는 형편이라니 격세지감이 없지 않다.

그간 '이상 붐'이요, 공급 과잉이기도 했지만, 이 같은 현상이 '우리 경제가 얼마나 어려워지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뿐 아니라 큰돈을 들여서라도 자신의 콤플렉스에서 벗어나면서 그것이 '마음과 몸이 아름다워지는 행복 수술'이라고 여기던 사람들을 떠올려봐도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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