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뉴스초점> 경산 대학촌-자치단체 '相生' 모색

"13개 대학이 있으면 뭡합니까, 지역을 위해 무언가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렇다면 지방자치단체는 대학을 위해 무엇을 해주었습니까?"

경산에서 만나는 시민과 행정 공무원, 대학 관계자들 중 상당수는 대학과 지자체간의 역할 관계를 물으면 흔히 하는 말들이다. 상호 많은 역할과 지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민들과 대학구성원들 사이에서는 자신에게 '이득'이 직접 피부에 와 닿지 않기 때문에 이같은 견해를 말하는지도 모른다.

경산이 대학도시가 되면서 지역사회에서는 지역경제 활성화는 몰론 교육기회 제공 등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졌다. 대학의 역사가 오래된 선진국에서는 지역과 대학이 한 공동체로 성장, 발전했기 때문이다.

경산권 대학들도 대학의 고유기능인 교육과 연구, 봉사로 고급 인력을 배출하고 고용기회를 창출하는 등 국가와 지역을 위해 상당한 기여를 해 오고 있다. 그러나 경산권 대학들은 도시계획에 따른 계획적인 입지가 아닌 땅값이 싼 곳에 개별적으로 입지를 해 오히려 지역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등 각종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한다. 대학인구의 대거 유입으로 도시가 갑자기 팽창하면서 도로교통망은 혼잡해지고 쓰레기.상.하수도,치안 문제 등 새로운 도시문제로 등장했다.행정당국에서는 SOC(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예산을 많이 투입할 수 밖에 없게 됐다.

경산시청 전하진 건축과장은 "지난 80년대 이후 계속해서 대학이 들어서면서 대학생을 비롯한 인구급증에 따른 상수원 확보문제로 급기야 96년 7월부터 공동주택 건립허가를 2년간 제한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인구의 급증과 13만여명의 대학구성원들이 활동하면서 다니고 먹고 버리는 것을 처리하는데 드는 비용만도 엄청나다. 수천억원을 들여 대구-경산간 도로를 확장하고, 상수도 정수장과 하수처리장 등을 확충해야만 했다. 쓰레기도 1인당 하루 배출량(0.8kg) 기준으로 볼때 대학구성원들이 하루 100여t이 넘는다.

"경산은 다른 도시와는 달리 이들 대학구성원들 중 대부분이 주민등록을 옮기지 않고 생활하는 유동인구가 많아 중앙정부로부터 교부세 등에서 별다른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도시기반 시설 확충을 위해 막대한 비용부담과 투자를 해야한다. 이 때문에 경산시에서는 '학원도시 특별지원법' 제정을 추진중"이라고 경산시청 성병용 기획감사담당관은 말한다.

상당수 시민들은 "대학들이 시내 요지에 수백만평의 공간을 차지하면서 대학에서 제공하는 경제.사회.문화기능은 직접적으로 피부로 잘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지역사회에서 대학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불만을 나타내기도 한다.

상대적으로 대학들도 자방자치단체에 대해 바램과 섭섭함이 많다. "경산 대학촌은 지역사회 일꾼을 배출하는 요람이요, 지방차지단체에 자문이나 협약, 용역사업 등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싱크탱크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항변하고 있다. 한 대학 관계자는 "외국 대학도시의 지자체는 대학을 알리고 육성하기 위해 단체장이 TV광고까지 나설 정도"라며 못마땅해 했다.

대부분의 대학들이 '지역민들 삶 속에 파고 드는 대학'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도서관과 학교시설의 개방은 물론 노인.청소년 대상 특강, 장애인 체험 프로그램, 컴퓨터 교육을 비롯한 평생교육을 통해 사회봉사의 기능을 하고 있다. "그런데도 지자체나 일부 주민들은 걸핏하면 '대학이 지역을 위해 하는 역할이 무엇이냐'고 불만을 토로한다"고 대학 관계자들은 볼멘소리다.

"대학구성원을 위해 저렴하고 쾌적한 주거공간 마련과 교육, 문화시설 확충 등에 지자체가 손을 놓고 있다"는 불만의 소리도 있다. "일본 팔왕시 등 선진국의 많은 대학도시들은 3∼5개의 대학들이 들어서 있지만 지방자치단체는 대학전담 부서를 기본적으로 갖췄고, 많은 대화로 각종 갈등의 폭을 줄이는 등 대학에 아낌없는 지원을 하고 있다"며 "상호 발전을 모색하는 상생(相牲)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시민들과 행정 공무원들 중 상당수가 이같은 인식을 갖게 된 데에는 지자체와 대학들의 공동 노력이 부족한 것도 한몫을 하고 있다. 경산시에는 대학전담 부서는 물론 대학과의 공식채널이 없어 각종 분쟁 발생이나 행사 주관시 해당 부서 실무자들간 일시적인 접촉을 갖는데 그치고 있다. 이로 인해 자치단체와 대학간 상호이해와 발전을 위한 다양한 접촉은 고사하고 각종 분쟁발생시 서로 탓을 하면서 문제 해결을 잘 하지 못하고 경우도 많다.

지난 2001년 6월 경산시 부시장과 대학 관계자들로 '경산학원도시 발전협의회'를 발족시켰다. 대학을 중심으로 의회, 지방자치단체가 힘을 모아 지역 네트워크를 구축해 공동 발전을 도모하자는 취지였다. "그동안 2차례 정도 공식 모임을 갖고 시민과 함께 하는 대학연합축제, 경산지역 대학 입시정보 박람회 등의 사업을 추진했으나 예산 마련이 여의치 않아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현재는 유명무실한 상태"라고 경산시청 이성만(49) 기획담당은 말했다.

지난 97년부터 '경산 뉴 비전' 사업 실현을 위해 경산시는 관내 대학 교수진 20명으로 '경산시정발전위원회'를 구성해 운영 중이다.대학의 우수한 고급두뇌를 활용하려는 취지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대학의 역할과 기능도 변하기 마련이다. 전통적으로 대학은 교육, 연구, 사회봉사를 통해 지역사회에 기여해 왔다. 최근들어 대학교육이 실용적인 가치를 존중하기 시작하면서 이같은 대학의 3대 기능 외에도 지역의 경제.문화.사회 활동을 통한 발전에도 많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또 대학과 지역사회의 공생 및 동반발전을 위해 더 많은 분야에서 관.학협력이 요구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경상북도와 경산시, 대학, 단체가 참여해 지난 97년 12월부터 2004년까지 1천408억원을 들여 경북테크노파크 조성사업한다. 벤처창업 보육과 기술개발 지원 등 첨단과학 기술도시 기반을 구축하게 된다. 또한 경산시는 지난 96년 4월 기초자치단체로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산.학협동 연구개발사업지원 조례'를 제정해 매년 기업체와 경산시가 1억원을 지원해 각종 연구개발 사업을 추진, 실용화 하는 등 새로운 관계정립을 지자체와 대학이 노력중이다.

경산.김진만기자 factk@imar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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