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마흔이 가까워오니까 뭔가 불안했어요. 당시 제 연봉이 3천만원 가량 됐습니다.
돈은 그렇다치더라도 그 10년 후를 내다보니 미래가 캄캄했습니다.
당시 막 과장을 달았었지만 그 이상 올라가기 힘들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대구 대곡아파트단지에 그의 가게가 있지만, 제씨는 요즘 대구는 물론 경북에서까지 중개 의뢰가 들어온다.
그동안 가게 주변 아파트 중개를 통해 알아둔 사람들이 다시 연락을 해 오기때문이다.
그의 영업 전략은 '친절'과 '성실'. 손님이 아무리 까탈스레 굴어도 항상 웃는다.
그리고는 손님이 이사를 마칠 때까지 원하는 바를 모두 챙겨주도록 노력한다.
때로 중개료를 떼이기도 하지만 참는다.
짧은 기간에 고수익 중개업자로 성장한 또 하나의 원인은 경제 컨설턴트로서의 이미지였다.
부동산뿐 아니라, 세금.건축.도시계획 등에 이르기까지 거침 없이 상담 실력을 발휘해 고객들이 다시 찾도록 만들었다.
"아파트 매매 또는 전.월세만 중개해서는 결코 고수익을 올릴 수 없습니다.
그런 종류의 중개로는 겨우 현상유지나 할까말까 합니다.
외부 세일즈에 나서야 합니다.
하지만 저 혼자서야 얼마나 다닐 수 있겠습니까? 결국 사람이 재산입니다.
감동을 주면 고객들이 제 영업사원이 되고 자연스레 제 영역이 넓어집디다".
그는 대학 3학년 때 제1회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에 응시해 자격증을 따뒀다.
당시엔 재미로 시도한 것. "친구가 공인중개사를 하고 있었어요. 친구 가게를 오가며 어깨 너머로 실무를 배우기 시작했지요. 친구가 창업을 권했습니다.
중개업소를 하다 만 가게를 얻어 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창업 첫 달 100여만원을 벌었다고 했다.
가게세로 65만원을 내고 전화비 등 비용까지 빼고 나니 사실상 적자. 집에 생활비를 갖다줄 수 없었다.
그 후에도 6개월간 비슷한 상황이 이어졌다.
"첫 술에 배불리려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더 나은 삶을 바라고 직장을 접었다가 영업이 부진하니 괴로웠습니다.
그러나 부동산중개업이 전망 밝은 사업이라는 확신을 가졌던만큼 더 열심히 뛰면서 기다렸습니다". 창업 6개월이 넘어서야 제대로 된 수익이 나왔다.
그때부터 월 평균 800만원 정도의 매출이 고정적으로 이어졌다.
갈수록 경쟁이 심해지는 것이 제씨가 경계하는 부분이었다.
자신의 창업 당시 일대에는 중개업소가 18개 있었지만 지금은 35개로 불었다.
공인중개사 자격증 취득자가 느니 개업이 증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부동산 중개 수요가 공급을 충분히 맞출 만큼 늘고 있어 다행이라고 제씨는 말했다.
특히 부동산 중개 과정에서 사기 사건이 생기고 생활정보지 등에 집을 내놨다가 범죄의 표적이 되는 경우까지 발생하자 믿을만한 중개업소를 통해 부동산을 거래하려는 성향이 높아지는 것도 고무적이라고 했다.
제씨가 그 다음으로 힘들어 한 것은 '연쇄 이동'이라는 부동산 거래의 특성이었다.
"한 사람이 이사 날짜를 지키지 않으면 그 집에 들어오려는 사람들이 피해를 입는 등 몇 집에 여파가 갑니다.
중개 계약에서 이사 날짜가 지켜지지 않을 때가 제일 괴롭습니다.
그래도 시간이 흐르면서 신용을 지키려는 경향이 커져 그나마 위안이 됩니다".
제씨는 부동산 중개업이 미래지향적 창업 아이템이라고 했다.
과거 같은 단순한 중개가 아니라 지금은 가치가 낮은 부동산의 가치를 높여 중개하는 기법 등을 도입하면 부가가치가 무궁무진하다는 것.
"선진국에서도 부동산 중개업 인기가 높습니다.
그리고 중개업자의 전문성도 높아지고 있고요. 하지만 현재 30% 이상의 폐업률을 기록할 만큼 실패 확률이 높다는 점도 명심해야 합니다.
전문성이 없으면 부동산 중개업의 성공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제씨는 특히 주부들이 부동산 중개업을 창업하려 할 때는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부동산뿐 아니라 경기 전반을 미리 조망할 수 있는 능력이 중개사에게 요구되는 만큼 '재미 창업'은 실패로 이어지기 쉽다는 것이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李대통령, 남아공 대통령·호주 총리와 정상회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