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의 민주당 정부에서 유별나게 눈에 띈 양상의 하나는 각종 위원회의 신설이 많았다는 사실일 것이다.
굳이 독립기관이라 주장하는 국가인권위원회를 제외하더라도 중앙인사위원회, 중소기업특별위원회,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부패방지위원회는 물론, 제2의건국범국민추진위원회(제2건국위원회), 노사정위원회, 교육인적자원정책위원회,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의료제도발전특별위원회, 약사제도개선 및 보건산업발전특별위원회 등이 모두 대통령 직속의 합의제 행정기관 또는 자문기관으로 새로 만들어진 것들이다.
노무현 정부에 들어와서는 거기다가 정부혁신 지방분권위원회,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회 등이 또 추가로 신설되었으니 기존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등까지 합치면 도대체 대통령 직속의 위원회가 몇이나 되는지 정확히 알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같은 대통령직속의 기구라고 하더라도 그 자체로 독립적 행정기관의 성격을 갖는 것과 자문기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위원회는 물론 다르다.
대통령중심제의 국가에서 이와같이 합의제의 독립위원회나 자문적 역할을 수행하는 위원회가 많아진 것은 그만큼 현대행정이 복잡하고 전문성을 띠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위원회의 명칭 자체에서 알 수 있듯 그중 일부는 성격자체가 불명확하거나 통상의 행정체계와 중복되어 이를 꼭 별도기구로 신설할 필요가 있었겠느냐 하는 의문이 드는 것도 없지 않다.
그렇다면 이와같이 대통령 직속의 각종 위원회를 양산한 것은 실제로 범국민적 지혜를 민주적으로 수렴하기 위하여서 라기보다 대통령의 책임을 분산시키고 적당한 모양새를 갖추면서 친여인사나 학자들에게 자리를 나누어 주는 부수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는, 일종의 민심호도책 내지 매우 생산성이 낮은 전시적 국정운영의 사례라고 보지 않을 수가 없다.
실제로 지난 4월 29일 위원들 스스로가 해산을 결의한 제 2건국위원회의 예나 현재 별다른 기능을 수행치 못하고 있는 노사정위원회, 또 이따금 다른 국가기관과의 사이에 갈등양상을 노출하고 있는 모모한 위원회 등의 사례가 모두 그러한 실정을 반영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결국 국민적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이러한 사례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이자 우리가 함께 유의하여야 할 점은 독립위원회든 자문기구이든 국정운영 성패의 종국적 책임은 행정부의 리더인 대통령에게 있는 것이고, 대통령직속의 위원회라고 하는 면피성 요식(要式)과정을 거쳤다고 하더라도 그로써 행정부 수장의 역할과 의무가 경감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오히려 행정기능의 중복과 기관간의 갈등이 노정될 때에는 대통령 스스로가 적극적으로 이를 조정, 통제할 책임이 있다고 보아야만 할 것이다.
이 정부에 들어와 대통령령인 '정책보좌관의 설치 및 운영에관한 규정'에 의하여 지금 각 부처에서 실시중인 정책보좌관 제도도 다른 의미에서 비슷한 위험성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 제도는 새로 취임한 행정부의 장들을 중심으로 개혁작업을 수행하기는 해야겠는데, 기존의 관료들은 전적으로 믿기가 곤란하고 과거 자신들을 돕던 보좌인력들은 아직 남아돌고 있으므로 겸사겸사 이들을 정책보좌관이란 이름으로 채용하여 활용하겠다는 취지로 볼 수가 있을 것이다.
요컨대 기존관료에 대한 불신과 업무추진을 위한 일손보충, 그리고 인연에 따른 보좌인력의 자리마련 필요 등 복합적 요인이 이번 보좌관 제도의 채용배경이라고 할 수가 있다.
그렇게 들어온 정책보좌관이 기존의 행정질서나 위계와 마찰 없이 원만히 보좌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까, 해당부처의 젊고 유능한 관리 중에는 그러한 보좌관 적격자를 전혀 찾을 수가 없을까, 기존 관료의 포용, 설득 없이 개혁자체가 순탄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까하는 점들을 우리는 함께 신중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결국 새로운 위원회든 보좌관제도이든 그것이 정책적 실효를 거두기 위하여는 명분에 못지않게 동기가 순수하여야 한다고 우리는 본다.
국정운영의 종국적 기준은 국리민복을 위한 생산성이며, 위원회의 신설과 보좌관의 다수채용이 반드시 능사만이 아님을 정책관계자들이 유념하여야 할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되는 것이다.
국민대총장.산학경영기술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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