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부산.광양항 물류마비 '최악' 모면

12일 노-정 협상서 '파업철회' 등 부분 합의

전국운송하역노조가 정부와의 협상이 12일 부분타결돼 조합원 협의를 거쳐 부산항과 광양항 등에서 진행중인 파업을 풀기로 함에 따라 10여일 넘게 계속되고 있는 '화물파업' 사태가 돌파구를 찾게됐다.

특히 수출화물이 선적되지 못하는 수출대란 사태가 한 고비를 넘기게 됐다.

그러나 경유세 인하, 근로소득세제 개선, 노동자성 인정 등과 같은 첨예한 의견차이를 보이는 쟁점들이 그대로 미합의 상태로 남아있고 노.사간 운임인상안에 대한일괄타결을 위한 산별교섭도 앞두고 있어서 여전히 갈등의 불씨는 남겨 놓고있다.

정부와 운송노조는 서울 마포구 공덕동 중앙노동위원회에서 11일 오후부터 12일 새벽까지 밤샘 마라톤 협상 끝에 노.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노.정은 화물연대 조합원 설명회와 협의 등을 거쳐 합의문 내용을 최종 공개키로 해 구체적인 합의내용은 즉각 전해지지 않았으나 고속도로 통행료 요금체계 개선, 다단계 알선 대책마련, 과적단속 제도정비, 고속도로 휴게.편의시설 확충 등에 정부가 전향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오는 13일 다시 만나 미합의 쟁점인 경유세 인하와 근로소득세제 개선,노동자성 인정 등에 대해 집중교섭 형태로 협상을 재개할 예정이다.

한편 운송노조와 운송업계는 이날 별도의 노.사 협상을 갖고 '화물파업'과 관련해 지역별로 진행되고 있는 운송료 인상협상을 중앙단위 산별교섭 형태로 협상방식을 바꿔 일괄타결을 추진키로 합의했다.

운송업계는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가 사측 대표로 나서고 운송노조는 기존 집행부를 중심으로 협상단을 꾸려 대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날 노.사협상의 경우 새벽 1시께 양측이 산별교섭을 통한 일괄타결 방안에 공식 합의하고 합의문을 작성했으나 운송노조 측이 노.사협상과 노.정협상을 연계키로한데다 노.정협상이 지연되면서 최종 협상타결이 다소 늦어졌다.

이날 협상에는 전국운송하역노조 김종인 위원장을 비롯해 운송노조측 관계자 11명과 천일정기화물, 한진, 동방, 세방기업, 대한통운 등 컨테이너 운송업체 관계자11명이 참석했으며 삼성전자와 LG전자, 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 등 대형 화주사 관계자와 무역협회 이석영 부회장 등도 참관인으로 참석했다.

정부측에서는 건설교통부 손봉균 수송물류심의관, 이영희 화물운송과장, 노동부노민기 노사정책국장 등이 참석했다. 운송노조와 운송업계는 12일 오후 6시 다시 만나 협상을 재개할 예정이다.

한편, 11일까지 사흘간에 걸친 전국운송하역노조 산하 화물연대 부산지부의 파업에 따라 컨테이너화물 처리의 양대축인 부산항을 비롯하여 광양항의 화물반출입률이 10%대에 추락하는 등 부산항과 광양항이 사실상 전면마비 상태에 빠졌다.

화주가 전국에 흩어져 있는 컨테이너화물의 특성상 협상의 주체가 명확하지 않고 파업참가 컨테이너화물 운전기사도 전국운송하역노조 지도부와 거리를 두고 독자적인 노선을 걸어 부산항과 광양항의 파업사태는 악화되고 있다.

화물연대 부산지부와 전국운송하역노조 지도부는 10일 밤 신선대부두 앞에서 운전기사 2천여명이 참가한 집회에서 오는 18일 오전까지 경고파업을 유보하고 정부 등과의 교섭을 결정했으나 내부 반발에 부딪혀 파업유보를 번복하고 11일 사흘째 파업을 강행했다.

부산지부 이한희 홍보차장과 화물연대 박정상 총무기획부장은『부산지부 소속 7개 지회는 공동투쟁본부를 구성해 이제까지 남부지회만의 경고성에 그쳤던 파업강도를 높였다』며『 공동투쟁본부는 12일까지 최대한 정부 등과 교섭을 벌이되 전국 화물노동자에게 적용되는 표준요율표 등 요구조건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총파업에 돌입할 방침이다』고 밝혀 12일이 항만물류대란의 최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11일 오전 9시 신선대부두 앞에서 700여명의 운전기사가 파업에 참가해 부산항의 수출입 컨테이너 반출입 차질사태가 사흘째 지속됐다.

국내 컨테이너 물동량의 80%를 차지하는 부산항은 11일 오후 3시 현재 8개 부두에서 컨테이너 2천105개를 처리해 일일평균 2만2천177개의 9.5%에 그쳤다. 이에 앞서 10일에는 33.02%를 처리한 것에 비하면 부산항의 화물반출입률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또 컨테이너화물의 반출이 안돼 부산항의 화물수용 능력도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다. 11일 오후 3시 현재 부두 내 야적장의 컨테이너 적재비율을 나타내는 장치율은 부산항 감만부두의 대한통운이 99.7%, 세방이 90.9%에 이르러 일일평균 장치율인 80%를 휠씬 넘었다. 4부두 98.1%, 감천항 한진부두 91.8%에 이르는 등 부산항 내 모든 부두가 포화상태에 빠졌다.

국내 컨테이너물량 처리의 다른 축인 광양항도 사정은 부산항과 마찬가지다. 11일 오전 8시 현재 광양항의 컨테이너화물 반출입량은 533개에 그쳐 일일평균의 13.3%에 떨어졌다.

한국컨테이너부두공단 총무팀 길용구 부장은『부산항과 함께 국내 컨테이너화물 처리의 양대축인 광양항도 사정은 부산항과 똑같다』며『부산항사태의 추이따라 광양항사태도 좌우될 것이다』고 말했다.

파업사태가 계속될 경우 부산항 컨테이너화물의 40%를 차지하는 환적화물의 외국화주들이 부산항 기항을 중단해 부산항의 주변항 전락이 우려되고 있다.

부산항이 계속 마비되면 전자 화학 타이어 제지 섬유 등 산업전반에 영향을 미쳐 수출업체들은 납기일을 맞추지 못해 계약위반 등에 따른 피해가 속출할 전망이다.

부산·유종철기자 tsch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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