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결식학생 '허기진 휴일'

학기 중 중식지원 대상자에 대한 토요일, 공휴일, 방학기간 중 점심값 지원이 대부분 중단되면서 공휴일이나 방학중 밥을 굶는 학생들이 오히려 늘어났다.

교육청이 학기 중엔 학생 복지차원에서 지원을 늘리는 반면 방학 중엔 '실제 결식자'만 지원한다는 이유로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있기 때문.

올해 경북에서 학기 중 중식지원대상자는 2만6천606명으로 지난해보다 7천175명(36.9%)이 늘어났다.

그러나 방학과 휴일 중 하루 2천500원씩 지원받는 학생들은 지난해 4천531명에서 올해 948명으로 줄었다.

때문에 작년 기준으로 볼 때 경북에서만 3천500여명이 휴일이면 점심을 굶거나 라면 등으로 끼니를 때우는 셈.

의성 비안중학교 3학년인 차모(의성군 비안면)양 남매의 경우 어머니는 6개월째 대구 모병원에 입원해 있고, 아버지가 공사장 막일로 생계를 잇지만 병원비마저 빠듯한 형편이다.

이 학교 최모, 이모군도 할머니 밑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어 생활비 마련조차 힘들다.

오빠와 단 둘이 사는 한 여중생은 "지난해엔 방학이나 휴일에 하루 2천500원씩 받아 생활에 적잖은 보탬이 됐지만 올해는 이마저 없어졌다"며 "고등학교 졸업때 까지라도 지원해 줄 수 없겠느냐"며 호소했다.

전교조 의성지부 한 교사는 "학기 중엔 결식학생이 방학 중엔 갑자기 누가 지원해주는 것도 아닌데 결식학생이 아닌 것으로 바뀐다"고 말했다.

문경의 경우 현재 결식아동은 초등 286명, 중등 250명 등 총 536명에 달하지만 이들 중 510명은 공휴일이나 방학 중엔 급식지원을 받지 못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경북교육청과 지역교육청은 "요즘 점심을 굶는 학생이 어디 있느냐"며 "학기 중에는 교육청이 챙긴다지만 방학이나 휴일에는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것이 옳다"고 말하는 등 무책임한 행정으로 일관하고 있다.

또 개인별로 지급되는 급식비 2천500원도 현실과 크게 동떨어져 영양을 고려하기는커녕 그저 끼니 때우기에 급급해야 하는 형편이다.

한편 경북 전체 학생의 10~20%가 급식비를 못내 교육청 중식지원비에 의존하고, 나머지 학생 중에도 급식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적잖다.

일부 학교에선 동창회, 독지가의 도움으로 학생 급식비를 대신하는 실정이다.

의성.이희대기자 hdlee@imaeil.com

문경.박동식기자 parkds@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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