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은 오막살이지만 내부는 호화궁궐(?)'.
노환에다 사고까지 겹쳐 몸져 누운 주진갑(80.울진군 울진읍 호월리)할아버지와 장금년(72) 할머니 내외의 집을 두고 이웃 주민들이 부르는 말이다.
너덜한 함석지붕에다 퇴락한 일자형 툇마루 등 외형은 영락없는 60, 70년대의 전형적인 농촌가옥 모습이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초현대식(?)으로 단장됐기 때문이다.
"말도 마소. 정말 기가 막혔제. 방에 군불이라도 땔라치면 구들에서 시꺼먼 끄시럼(그을음)이 안 올라왔나. 구들도 구들이지만 낭그(나무) 구하기가 어디 쉬운 일이가. 하지만도 이제는 백만장자가 안 부럽는기라(부럽지 않다)".
장 할머니네의 주거환경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형편이 아니었다.
너덜대는 문풍지, 금방이라도 꺼질듯한 구들장, 새까맣게 그을린 흙 부뚜막, 할머니 내외의 시력만큼이나 희미한 백열등….
이러한 장 할머니네의 퇴락한 환경을 180도로 바꿔놓은 것은 민간단체인 (사)전국주부교실 울진군지회(회장 주행영). 7남매를 두고 있지만 하나같이 형편이 여의치 못한데다 노환의 할아버지마저 수년전 사고로 거동조차 못하고 있는 장 할머니의 딱한 사연을 접하면서 주부교실 회원들의 고민은 시작됐다.
며칠간의 회의 끝에 내린 결론은 주부교실의 재정이 넉넉지 않은 만큼 새로 거처를 마련하거나 새 집을 짓기보다는 난방시설과 입식 부엌을 갖추는 등 생활에 불편이 없을 정도로 실내를 수리하자는 것.
장 할머니네의 '사랑의 집 꾸미기'는 지난달 12일 이렇게 시작됐다.
이같은 사연이 입소문을 통해 지역사회에 알려지면서 주민들의 온정의 손길도 이어졌다.
지역의 모 단체는 주택 보수에 필요한 기술과 장비 지원을, 한 업체는 보일러를, 또 다른 한 업체는 최고급 싱크대를 기증했다.
어떤 이는 장판을 제공했고 또 어떤 이들은 도배작업을 거들기도 했다.
모두가 그랬지만 이름 밝히기를 한사코 꺼린 또 다른 어떤 이는 장 할머니네가 사용할 유류를 무한 제공하겠다고 나섰고, 군청은 매달 약간의 쌀을 후원하겠다고 했다.
보름 후 장 할머니네 보금자리는 몰라보게 달라졌다.
장 할머니는 기쁨의 눈물로 고마움을 대신했고, 집 수리 걱정에 그늘졌던 주부교실 회원들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주부교실 주행영 회장은 "앞으로도 할머니네의 안정된 생활을 위해 돕는 것은 물론 어려운 처지의 우리 주변 불우이웃을 위해 봉사활동을 계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울진.황이주기자 ijhw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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