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지하철 참사 용의자와 이웃

6박7일의 첫 방미활동을 마치고 17일 귀국한 노무현 대통령의 앞에 산적한 과제들이 기다리고 있다.

부시 대통령과 합의한 공동성명의 가시적인 후속조치를 마련해야 하는데다 북핵의 평화적 수단을 통한 제거원칙 합의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은 북한측의 태도변화에 달려있다는 점에서 어려움이 적지않다.

노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는 가장 골치 아픈 문제는 그가 지난 6박7일의 방미기간 동안 쏟아냈던 발언들을 어떻게 지키고 실천할 것이며, 자신의 지지세력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하는 점일 것이다.

지난 대선때 "사진찍으러 미국에 가지 않겠다"던 노 대통령에게 박수쳤던 지지자들은 부시 대통령과 사진 찍은 것 외엔 어떤 성과를 얻었느냐며 '굴욕적 외교자세'라고 비난을 퍼붓고 있다.

노 대통령이 미국에서 "미국에 올 때는 머리로 호감을 가졌으나 미국에 와서 마음으로 호감을 갖게 됐다"거나 "촛불시위는 반미가 아니라 소파(SOFA) 개정문제였다", "미국의 힘을 느꼈다"는 등의 발언은 그의 지지자들에게 충격이었다.

노 대통령의 이같은 친미적 발언에 대해 미국내 인사들까지 고개를 갸웃거리자 노 대통령은 "미국에 대해 다소 서운한 감정을 갖고 있는 사람들 중에는 지난 대선때 나를 지지한 사람들이 다수 있다"면서 "이러한 사람들은 (나에 대한)신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그들을 직접 설득해 나가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제 노 대통령은 자신의 약속대로 자신의 지지세력들을 설득해야 한다.

자신의 대미발언에 대해 지지자들에게는 '국익을 위한 어쩔 수 없는 발언'이었다며 '상황논리'로 대응한다면 노 대통령의 대미관에 신뢰를 던진 미국이 다시 의구심을 품을지도 모른다.

노 대통령이 지지세력들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어렵사리 확보한 한미간의 신뢰관계는 원점으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다.

노 대통령은 귀국 직전 가진 한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을 어떻게 볼 것이냐고 묻자 "북한이 믿을 만한 파트너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나는 그 정권에 동의하지도 않는다"는 강경 발언을 하기도 했다.

어쨌든 노 대통령은 이같이 일관되게 미국에서 한·미동맹관계를 강조하는 모습을 연출함으로써 그에 대한 불안한 시각을 잠재우는데 성공했다.

노 대통령은 방미성과에 우쭐해 하지 말고 현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노 대통령의 발언과 행동이 달라질 경우 미국은 언제든지 그를 뉴욕의 JFK공항에서처럼 푸대접할지도 모른다.

최병고〈사회1부〉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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