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노무현 대통령의 방미 성과를 두고 민주당 내에서조차 논란이 일고 있다.
정대철 대표는 19일 최고당직자회의에서 "노 대통령의 방미 성과에 대한 홍보가 부족한 것 같다"면서 "이번 한미 정상회담 결과는 한미관계의 중요성과 북한 핵문제의 새로운 전개 양상 등을 감안한 적절한 합의였다"고 긍정 평가했다.
그는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국제적 협력에 기반해 함께 노력한다는 합의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면서 "이 합의를 바탕으로 한미일은 더욱 긴밀히 공조할 것이고 중국, 러시아, EU 등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더욱 공고하게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런 합의가 대북정책 기조의 변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면서 "노 대통령과 우리 당의 대북정책 기조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못박았다.
노 대통령 측근인 신기남 의원도 "미국이 우리 정부의 북핵 해결 의지에 대해 신뢰를 갖게 된 것만으로도 이번 방미는 엄청난 성과를 거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북핵에 반대하면서도 대화 이외의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는 우리 정부에 대해 그들(미국)이 불만을 품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노 대통령은 경제 제재라는 또다른 해결책을 제시했기 때문에 그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성호 의원은 남북 교류 협력과 북핵의 연계에 대해 "민족 내부거래마저 미국의 개입을 인정한 것은 반민족 행위"라고 비난했다.
김영환 의원도 이에 대해 "햇볕정책 내지는 대북포용정책의 상당한 후퇴를 가져오는 변화"라고 부정 평가했다.
한나라당-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의 방미 행적에 대해 우리와 코드가 일치하는 것이라며 환영하고 있다.
노 대통령의 취임 이후 불안해진 한미관계를 이번 방미를 통해 봉합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는데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같은 노 대통령의 변신이 또 다른 변신을 위한 전주곡이 아닌지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대통령 후보때부터 지금까지 여러차례 말 바꾸기를 해 온 전력과 국내 지지자들의 격렬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 비춰 미국에서와 다른 행보를 보일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김덕룡 의원은 18일 기자간담회에서 "이회창 후보가 대통령이 돼서 미국에 간게 아니냐는 착각이 들 정도로 노 대통령의 변신은 충격적이었다"면서 "북핵문제, 남북관계, 주한미군문제를 포함한 한미동맹관계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그러나 "노 대통령이 또 어떤 변신을 할지 걱정스럽다"면서 "노 대통령은 자신의 변신이 불가피했다면 자기 고백이 있어야 하고 국민을 이해시키고 자기 언행으로 일어난 혼란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너무 급작스런 변화라서 과연 진심인지 의문이 간다는 것이다.
이같은 의구심은 한나라당 의원 대부분이 갖고 있다.
맹형규 의원은 "과연 노 대통령의 대미관이 본질적으로 달라졌는지, 임시변통적으로 겉만 달라졌는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유보적인 평가를 내렸다.
김영일 사무총장 역시 "대북정책을 북핵문제와 연계시키기로 한 것, 식량지원 등 인도적 지원의 투명성과 검증필요성을 제기한 것, 북핵문제 해결원칙을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방법으로 핵프로그램을 폐기하는 것으로 삼은 점 등은 노 대통령 지지세력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며 "이들과 코드를 맞추기 위해 또 다른 말이 없어야 한다"고 못박았다.
이상배 정책위의장은 "방미 결과에 대해 사안별로 정리해 현정권의 공식입장과 정책으로 기정사실화해 하나하나 실천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변신 가능성의 제도적 차단을 주문했다.
박종희 대변인도 "궤도수정에 따른 진통이 상당한 만큼 국민을 설득하고 국론을 통일하는 것은 물론 북한을 설득하는 노력을 게을리하면 안된다"며 "우리 당은 초당적 외교를 위해 협조할 것은 흔쾌히 협조하면서 노 대통령의 귀국후 행보를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오는 21일 청와대에서 열리는 여야 영수회담에서 이같은 우려를 전달하면서 미국 방문에서 보인 행보를 정책적 실천으로 옮겨야 미국과 국제사회의 신뢰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는 방침이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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