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정지용과 황순원

우리 문학사에 우뚝한 문인들이 적지 않지만 시인 조지훈(趙芝薰, 1920~1968)과 소설가 황순원(黃順元, 1915~2000) 만큼 우러러 보이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민족 정서를 섬세하고 우아하게 형상화한 시인이었으나 지사(志士).학자.논객으로도 한 시대를 풍미했던 조지훈은 그 유명한 '지조론'이 세월을 뛰어넘으며 회자되듯, 결기에 찬 선비 이미지와 우람한 지사적 풍모가 각별하게 숭앙된다.

시인으로 출발해 간결하고 담백한 문체로 주옥같은 소설들을 남긴 황순원은 결벽에 가깝도록 자신의 작품에 대해 엄격했으며, '청산의 백학 같은 인격자'로 칭송되고 있다.

▲이들에 얽힌 일화들도 그 명성을 돋보이게 하는 '아우라'들이다.

조지훈이 친구들과 어울려 만난 노기남 주교가 지식인들은 의지가 약하다고 하자 반론을 펴던 그는 성냥개비 다섯 개에 불을 붙여 손등 위에서 다 타도록 끄떡도 하지 않았다 한다.

평소 '소설가는 소설로 말할 뿐 더 이상 다른 말을 하지 않는다'고 했던 황순원은 심지어 제자가 내는 책의 서문까지 써주지 않을 정도로 작가 정신이 투철했다.

▲조지훈의 문학관과 황순원 문학촌 '소나기 마을'이 건립된다는 낭보가 들린다.

조지훈 문학관은 경북 영양군 일월면 주곡리 생가 부근에 7억2천만여원을 들여 부지 2천797㎡에 연면적 564㎡ 규모로 오는 7월 착공해 내년 1월 완공 예정이다.

황순원은 평양 출신이며 주로 서울에서 살았지만 경기 양평이 단편 '소나기'에 등장하고, 생전에 자주 찾은 고장이라는 연고로 '소나기 마을'이 양평에 꾸며질 모양이다.

▲조지훈 문학관은 그의 육필 원고, 시집과 저서, 가계 연보, 생가 모형을 포함한 문학적 생애와 업적들을 총체적으로 조명하게 되며, 영양군은 이를 계기로 그와 시인 오일도의 생가와 시비, 이문열씨의 생가와 광산문학연구소 등을 연계해 문학 정신이 살아 숨쉬는 관광 코스로 부각시킬 모양이다.

한편 '소나기 마을' 조성은 양평군과 황순원이 재직했던 경희대가 6월 2일 자매결연을 맺고 유족과 협의하면서 3년 이상의 장기 계획으로 공동 추진할 움직임이다.

▲근래에 우리나라에서도 문인들의 작품세계와 문학적 특징을 살리면서 지역의 특성에 맞게 문학관을 세우는 바람이 활기를 띠고 있어 '문학관 시대'에 들어서는 느낌이다.

대구.경북만도 왜관의 구상 문학관, 영양의 광산문학연구소에 이어 안동의 이육사 문학관, 경주의 동리.목월 문학관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가세하는 조지훈 문학관과 황순원 문학촌 건립 소식이 각별히 반가운 건 '왜'일까. '직언하는 선비는 함부로 죽이지 못한다'는 '지조'와 온갖 세속적 유혹을 뿌리치고 한결같았던 '고결한 삶'이 그립게 때문이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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