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무궁화 심기 애물단지

정부가 2002 월드컵과 부산아시안게임 등 국제적인 행사를 앞두고 대대적으로 추진해온 나라꽃 무궁화 심기 사업이 당국의 무관심 속에 흉물로 방치되면서 농작물에 피해만 주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나라꽃 심기사업은 지난 2001년 4월께 행정자치부가 전국 주요 도로변과 유휴지에 무궁화를 심어 깨끗한 자연경관 보존과 함께 우리꽃의 아름다움을 국내외에 홍보하기 위해 추진됐다.

경북도의 경우 사업비 82억원(교부세 50억원·지방비 32억원)을 들여 도내 22개 시·군 주요 도로변 161km에 꽃길 82개소를 조성하고, 김천 직지사 입구와 경북도 산림환경연구소내에 소공원을 만들었다.

경북도는 또 2002 소공원조성과 무궁화 심기사업에 대한 시·도 교차평가를 실시,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우수기관 및 유공자를 발굴 포상하기도 했으며, 특히 월드컵 기간중에는 무궁화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해외 관광객들에게 적극 홍보하기도 했다.

청송군의 경우 지난 2001년 4월 사업비 8천여만원을 들여 군내 부동면 이전리 등 소규모 공원 5개소와 파천면 덕천리∼지경리간 2km 구간에 무궁화나무 2천134그루를 심었다.

그러나 월드컵을 앞두고 지방자치단체들이 무궁화나무 심기사업을 한꺼번에 경쟁적으로 펼치면서 일부 자치단체들은 중국산 묘목을 구입해 심었는가 하면, 묘목을 제때 구하지 못해 규격에 미달되는 어린 묘목을 심는 바람에 묘목이 고사하기도 했다.

청송지역의 경우 충청도에서 구입한 무궁화 묘목이 당시 극심한 가뭄으로 1천700여그루가 말라 죽자 다시 강원도 지역에서 묘목을 구입해 같은해 9월쯤 심었으나 현재 10∼20% 가량이 고사한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

농업기술센터의 한 관계자는 "무궁화 나무에서 번식한 진딧물이 인근 농경지로 확산되면서 생육기 농작물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며 "막대한 예산을 들여 심은 무궁화 나무에 대해 지속적인 사후관리를 펼치든지 아니면 제거해 주든지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북도 새마을과 자연환경담당자도 "중앙정부 주관의 일시적인 전시행정으로 사후 유지관리가 흐지부지해지면서 현재 잘 가꾸어진 무궁화 식재지를 보기 힘든 게 사실"이라며 "정부의 지속적인 시책사업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사업추진 근거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송·김경돈기자 kdon@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