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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몰지에 추억의 가설극장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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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아버지, 또 그 아버지... . 수백년을 이어온 마을이다.

그런 고향이 이제 곧 물 속으로 사라진다. 가재도구를 정리하는 마을 사람들의 마음은 착찹하다 못해 찢어진다.

하나라도 더 기억할 수 있다면... . 가슴에, 마음에 담아두기 위해 모두 한 자리에 모인다. 성곡지(25만평 규모) 건설로 곧 수몰되는 청도군 풍각면 성곡리. 19일 오후 8시 마을 광장에 야외 가설극장이 선다.

이 마을에 가설극장이 섰던 것은 이미 30여년 전이다. 청도군에 마지막 극장이 문을 닫은 것도 10년전. 그래서 수몰의 아픔을 옛 그리운 시절의 가설 극장에 담아 달래기로 했다.

수몰되는 마을은 성곡 1리와 3리. 2리는 지대가 높아 '살아남았다'. 1리와 3리 두 마을에는 70가구 190여명이 살고 있다. 벌써 도회지로 옮겨간 집도 있다. 올 연말부터 본격적으로 떠나게 된다. 뒤숭숭한 마음에 농삿일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이날 상영되는 영화는 추억의 코미디영화 '살살이 몰랐지'(감독 김화랑). 최근 제작된 영화를 상영하려다가, 아무래도 연로한 마을 사람들을 위해 60년대 영화를 골랐다.

'살살이 몰랐지'는 일명 '살살이'로 통하던 코미디언 고 서영춘씨 주연 작품이다. 007을 좋아하던 보석상 점원이 막대한 보석을 사기당하자 범인을 찾아 일망타진한다는 내용이다. 서영춘씨 외에 도금봉, 김희갑, 허장강, 양훈 씨등 왕년의 스타들이 총 출연한다.

가설극장은 한국영상자료원이 지원했다. '찾아가는 영화관' 행사의 하나로 대구,경북에서 성곡리가 처음 신청했다. 스크린은 3×8m. 지지대는 마을 사람들이 힘을 모아 세웠다.

처음에는 횃불놀이와 한의사무료진료 등도 계획했지만, 비가 와서 취소했다. 야외에서 영화감상이 불가능하면 농협 창고로 옮겨 상영할 예정. 외지인들도 대환영이다. 위치는 풍각면 사무소에서 창녕쪽으로 1.5km.

행사를 추진한 '청도사람' 박성기(41)씨는 "어릴적 소중하게 간직했던 가설극장의 추억이 떠올라 행사를 열게됐다"며 "30여년만에 가설극장이 왔는데, 그것이 마지막이 됐다"며 아쉬워했다. 문의:011-527-8082.

김중기기자 filmt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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