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클릭-오페라하우스 개막작 '목화' 연습현장

오전 10시 대구문예회관 대극장안에 자리잡은 시립오페라단 연습실. 연습실에 모인 60여명의 성악가들은 환한 웃음속에서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오는 8월7일 대구예술계에 하나의 큰 획으로 남을 대구오페라하우스 개막공연작 '목화' 연습장이다.

지난해 '투란도트'에 이어 이번 공연에서도 중국 황제역을 맡은 바리톤 박영국(구미1대학 교수)씨는 "단역이지만 오페라하우스 개막공연작이라는 의미에서 부담이 된다"며 "출연자 누구든 흥분과 함께 부담이 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연습이 시작되자 지휘자 이일구씨와 연출자 이강윤씨의 지휘아래 전 출연진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문익점이 우여곡절끝에 원나라 황제 순제로부터 사면을 받는 장면이다.

연출자 이씨는 머쓱하게 둘러서 있는 합창단에게 적극적인 액팅을 주문했다.

"주민들로부터 신망을 받고 있던 문익점인 만큼 사면소식은 주민들이 더 관심을 가질게 아닙니까? 병사들보다는 주민역을 맡은 분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세요" "향아의 동선은 이렇게 이렇게 됩니다".

문익점에게 목화씨를 전해주고 죽음의 길을 택한 향아가 목화꽃으로 환생해 못다한 사랑을 이루겠다는 아리아 '향아의 자결'을 부를 때 쯤에는 소란스럽던 분위기가 일순간 조용해진다.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연습은 오후 5시가 돼서야 끝이 난다.

모두들 힘든 모습이지만 여느 오페라 공연때와는 다른 모습이다.

바리톤 이인철씨는 "수십편의 오페라에 출연했지만 이번 작품은 창작오페라에다 오페라하우스 개막작이라는 점에서 개인으로서도 큰 영광"이라며 "연습기간도 충분했던 만큼 완벽한 무대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오페라하우스는 말할 나위도 없지만 대구오페라계로서도 '목화'는 큰 의미를 갖고 있다.

오페라하우스 개관에 맞추기 위해 준비기간만 4년이 걸렸다.

1999년 7월 자문위원회가 발족돼 첫 자문회의를 가졌고, 2000년 5월 오페라 대본 공모에 나서 그해 12월 '목화꽃 님이여'가 선정됐다.

이어 경산대 김일영 교수에게 대본 집필을 의뢰했고 지난 3월 이영조(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씨가 작곡을 마침으로써 최종완성됐다.

이 과정에서 오디션 등을 통해 출연진이 결정됐고 2달여간의 개인연습끝에 6월초부터 전체 연습에 들어갔다.

전혀 생소한 곡들인데다 작곡가가 현대음악기법인 무조(無調)음악으로 작곡, 성악가들에게는 더욱 힘들었다.

무조음악이란 쇤베르크의 12음계 기법으로 작곡하는 방법으로, 흔히 알려진 조(Key)가 없이 올림표와 내림표를 사용, 화음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소프라노 윤현숙씨는 "창작은 처음인데다 무조음악이어서 처음에는 음정잡는데도 쉽지 않았다"며 "연습기간이 길어 충분히 소화했고, 연습을 할수록 정감이 가고 친숙해졌다"고 말했다.

또 '목화'는 오페라하우스의 각종 첨단 기기들을 처음 시험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 결과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것이어서 부담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시립오페라단 김완준 감독은 "월말쯤으로 예정된 무대연습때 최종 점검을 하겠지만 지금으로서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며 "프로젝션을 사용한 영상기법 도입 등이 새로 시도하는 기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목화'는 패션도시 대구를 부각시키기 위해 제작된 것으로 고려말 문익점이 목숨을 걸고 목화씨를 숨겨온 일화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문익점은 현생에서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이탈리아에 유학중인 문추백으로 환생하고 문추백은 세계 패션의 중심지인 이탈리아에서 대 성공을 거둬 대구 패션을 세계에 알리게 된다는 줄거리를 갖고 있다.

정지화기자 jjhwa@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