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선자금 전모 공개·검증돼야"

노 대통령 "수입금 내역 포함...특검도 좋다"

노무현 대통령은 21일 "대선자금 문제가 국민적 의혹으로 제기된 이상 여야 모두 투명하게 밝히고 가야 한다"면서 여야 정치권에 대선자금 공개와 검증을 거듭 제안했다.

특히 노 대통령은 대선자금의 공개범위와 관련, "여야가 합의해서 그 대상을 달리 정할 수도 있지만 반드시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에서 대선자금의 전모를 밝히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해 주목된다.

노 대통령의 대선자금공개 제안은 지난 15일 문희상 대통령 비서실장 등을 통해 제안한 지 6일만이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선자금논란과 관련한 특별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 대선자금에 관한 사회적 공방을 지켜보면서 안타깝고 착잡한 심경을 금할 수 없다"면서 "그렇게(공개) 하지 않고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길이 없다"며 대선자금공개를 제안했다.

노 대통령은 대선자금의 공개 범위에 대해 "선관위에 신고된 법정선거자금만이 아니라 각 당의 대선후보가 공식확정된 시점이후 사실상 대선에 쓰여진 정치자금과 정당의 활동자금 모두를 포함해야 한다"면서 "대선잔여금이 얼마이며 그것을 어떻게 처리했는지까지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지출 뿐만 아니라 수입금 내역도 공개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이를 공개했을 때 경제계가 정치자금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국제신인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만큼, 재계가 자발적으로 공개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이도 여의치 않을 경우, 수사는 하되 자금을 제공한 기업이나 기업인은 철저히 비공개로 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개한 대선자금의 검증과 관련, 노 대통령은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절차를 통해 철저하게 검증을 받아야 한다"면서 "수사권이 있는 기관에서 조사하는 것이 진실여부를 밝히는 데 효과적이지만 여야가 합의할 경우 특별검사도 좋고 검찰도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대선자금 선공개 움직임에 대해서는 "대선자금 공개는 여야가 함께 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공개한 쪽만 매도되고 정치개혁에 아무런 실효를 거둘 수 없다"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노 대통령은 끝으로 "정치자금 논란은 하늘이 준 기회"라며 "이 기회를 투명한 정치와 깨끗한 정치로 나아가는 전기로 만들자"고 강조했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 한나라 "물타기용 정치공세" 반격

한나라당은 21일 노무현 대통령이 여야 대선자금 전모 동반공개를 제안한 데 대해 '물타기 공세'로 규정하고 "불법 모금사실이 드러난 민주당 대선자금을 먼저 공개하라"고 맞받아쳤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이제 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검찰이나 특검을 통한 대선자금 검증까지 제기한 점에 비춰 노 대통령의 동반공개 제안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그 배경 분석과 대응방안 마련에 부심했다.

최병렬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세상사에는 선후가 있다"고 말해 민주당측의 선 공개를 촉구했다.

홍사덕 원내총무는 "노점상, 정년 퇴직자 등이 평생 모은 돈을 사기쳐서 대선자금으로 사용한 것과 정치자금제도의 미비에는 어떤 함수관계도 없는데 현 정부는 마치 정치자금제도의 미비때문에 그런 일이 발생한 것처럼 선전하고 대통령이 기자회견까지 했다"며 "범죄적 사건에 대한 수사는 정치자금제도 미비와 별개로 철저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주천 사무총장은 "집권당 대표가 검찰의 소환을 거부하고 노 대통령까지 실체적 진실 공개를 바라는 국민 여망을 뒤로 한 채 물타기만 시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박진 대변인 역시 논평에서 "노 대통령은 문제의 본질을 호도할 게 아니라 국민 앞에 진실을 고백하고 사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거듭된 제안으로 여야 대선자금의 동반 공개.검증을 요구하는 여론이 당내외에서 증폭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내부적으로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권오을 의원은 "고해성사를 남과 같이 하자는 법이 어디 있느냐. 노 대통령의 제안은 실체를 밝히겠다는 의지를 가진 것이라기 보다는 정치공세라고 본다"면서도 "대선자금 문제는 여야의 문제가 아닌 정치권 전체의 문제이므로 이런 문제가 나왔을 때 정치권이 털고 일어나야 한다"고 말하는 등 소장.개혁파 의원 일각에서도 '능동적' 대처를 주문하고 있다. (연합)

◈ 민주당 선 공개 재확인 '맞장구'

민주당은 21일 대선자금을 공개하려 했으나 같은 날 발표된 노무현 대통령의 대국민 대선자금 관련 성명을 주시하며 일단 발표를 유보키로 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동시 공개를 주장하고 민주당만의 공개와 검증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거듭 강조함으로써 선공개 입장을 고수할 지는 의문이다. 특히 동시 공개를 언급한 노 대통령의 회견 내용이 민주당의 선 공개 입장에 제동을 건 것으로 해석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따라서 '한나라당 공개유무와 상관없이 선 공개'하겠다'며 선 공개 이후 한나라당에 대한 압박을 가하겠다는 방침은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그러나 당내 다수 인사들은 여전히 선공개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당내 논의 과정이 주목된다. 실제로 조순형 의원은 21일 열린 확대간부회의에 제출한 제안서를 통해 "대선 선거 자금은 무조건 공개돼야 하고 선거 자금의 투명화와 선거 풍토의 변화에 민주당이 앞장서야 된다"며 선거자금 공개를 제안했다.

이에 대해 김상현 고문은 "조 의원의 제안에 적극 환영한다"며 "한나라당의 공개 유무에 상관없이 빠른 시일내에 우리가 먼저 공개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김 고문은 이어 "최근 언론에서 민주당이 한나라당이 공개한다는 전제하에서 공개한다는 입장으로 밝히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라며 "민주당은 조건 없이 선거 자금을 공개하고 국민의 심판을 받을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상수 사무총장은 대선 자금 공개 지연 배경에 대해 "오늘 회의에서 공식 결의한 뒤 바로 공개하려고 준비했지만 어제 청와대로부터 유보 요청을 해왔다"며 "공개 유무의 결정은 유보하지만 선 공개 의지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imaeil.com

노 대통령 특별기자회견 배경과 내용

노 대통령 잦은 기자회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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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의원들 '대선자금 특위' 참여 기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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