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정대철 딜레마'에 빠졌다.
5일 집권 여당 대표로서 처음으로 뇌물 수수 혐의로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아 당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었으나 민주당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것.
정 대표가 받았다는 4억원이 순수 정치자금이라면 법을 위반해도 형량(징역 3년 이하 또는 벌금 3천만원 이하)이 무겁지 않고 "정치 자금 안받는 사람 어디 있느냐"는 물타기로 파장을 최소화 할 수 있다. 야당의 공세도 그리 강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가성이 입증되고 용처가 사적인 것으로 드러나면 상황이 달라진다. "여당이 서민의 피로 정치를 했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당 대표가 검찰에 불려가는 수모(?)를 당했지만 특히 신주류는 '외통수'에 몰려 더욱 난처한 입장이다.
그간 정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서 신주류로 분류됐다. 그러나 그의 행보는 신주류와 다소 달랐다. 신주류는 개혁신당을 외쳤지만 정 대표가 느닷없이 구주류가 주장하는 통합신당을 받아들이고 중도파와 호흡을 맞춰왔다. 신당 논의에서 신주류가 중도파에 끌려가게 한 것은 이러한 정 대표의 행보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신주류 내부에서는 정 대표의 행보에 대해 불만이 많았으나 내놓고 토로하지 못했다. '정 대표를 버리고 가자'란 강경론도 한 때 나왔었다. 정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신당 걸림돌 제거 음모론'이 나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신주류는 정 대표를 내심 탐탁치 않게 생각하면서도 대안이 없어 털어내지 못하고 있다. 전당대회 개최를 위한 조정위원장으로 구주류는 중도파인 조순형 의원을 추천한 반면 신주류는 정대철 대표를 밀었던 것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신주류가 특히 우려하는 부분은 궁지에 몰린 정 대표가 대선자금과 관련한 제2, 제3의 폭탄선언을 하는 것. 이 경우 참여정부의 도덕성 실추는 물론 여권은 내분에 빠지고 야당의 공세가 드세져 정국이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여권의 최대 과제인 내년 총선 승리가 물건너 가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
이런 상황에서 정 대표는 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제는 검찰 일을 잊을 것이다. 앞으로 국가의 명운이 걸린 당의 일에만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매진하겠다"며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정 대표가 민주당에 언제까지 어떤 역할을 할지가 관심사다.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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