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을 맞아 자녀들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지면 부모들은 골머리를 앓게 마련이다.
특히 밤낮을 가리지 않고 컴퓨터 앞으로 달려가는 자녀들을 말리고, 나무라느라 쌓이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러나 청소년들의 컴퓨터와 인터넷 활용 능력은 이미 부모들이 생각하는 수준을 넘어섰다.
적절한 지도 방법을 모르고 무작정 달려들어서는 서로 감정만 상할 뿐 올바른 활용으로 유도하기는 어렵다.
'부모 노릇도 알아야 제대로 한다'는 말은 결코 우스개가 아니다.
◇방학 동안 심해지는 중독
방학이 되면 학기 동안 학교와 학원을 빡빡하게 오가던 청소년들에게는 지겨우리만치 시간이 많아진다.
부모 입장에선 하루 종일 자녀의 꽁무니를 쫓아다니며 시시콜콜 간섭하기가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예전의 아이들이야 아침부터 저녁까지 땡볕을 뛰어다니다 흙투성이, 땀투성이가 돼 들어왔지만, 요즘엔 밖에서 노는 아이들을 보기가 쉽지 않다.
놀기, 친구 사귀기 등 컴퓨터 앞에서 모든 게 가능한 시대가 된 게 큰 이유다.
한국인터넷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말 우리나라 인터넷 이용 인구는 전체의 59.4%인 2천627만명. 특히 초등학생 이용률은 91.3%였으며 하루 평균 컴퓨터 이용시간도 1~4시간이 전체의 70%를 웃돈 것으로 조사됐다.
대구시 교육청의 조사도 비슷하다.
지난달 대구지역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터넷 중독 자가진단 결과에서도 참여 학생 183명 가운데 3분의1인 61명이 인터넷 중독 증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교육청 석종륜 장학관은 "방학은 여유 시간이 많은데다 부모의 통제도 어려워 이같은 중독 증상이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자녀가 어릴수록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틀에 박힌 방법으로는 안 된다
자녀에 대한 컴퓨터 지도 방법을 알기 위해 인터넷이나 언론 보도, 잡지 등을 뒤적이면 여러 가지 방법들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알려진 방법들은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예를 들어 자녀의 음란 사이트 접속, 잔인한 게임 몰두 등을 막기 위해 컴퓨터를 거실 같은 가족 공동의 공간으로 옮기는 방법이 흔히 제시된다.
하지만 하드웨어 세계 최강국답게 집 밖으로 나가면 어디서든 접할 수 있는 게 컴퓨터고 인터넷이다.
부모가 맞벌이하는 친구 집에 모이거나, 과당 경쟁으로 이용료가 낮아질대로 낮아진 PC방을 찾으면 그만인 것이다.
자녀와의 대화를 통해 이용 시간을 조절하도록 하는 것도 참을성이 부족한 어린이들에게는 요구하기 힘든 방법이다.
공연한 약속 때문에 자녀는 부모 몰래 이를 어기고, 부모는 감시하고 나무라면 부정적인 결과를 낳기 십상이라는 것.
시지초교 서태원 교장은 "금지하기보다는 올바르게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것, 활용의 유익함을 직접 보여주고 함께 하는 것, 생활 가까운 데서부터 부모가 먼저 활용하는 것 등 부모가 생각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했다.
◇부모가 먼저 활용하라
"엄마, 컴퓨터는 언제 배우셨어요?" "우리 아들이랑 대화하려구 배웠지". 한 공익광고에 나오는 이야기다.
이처럼 자녀의 컴퓨터 중독을 막기 위해선 부모부터 컴맹에서 탈출해야 한다.
하지만 관공서나 도서관 등에서 열리는 컴퓨터 교육에 참가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게 현실이다.
이같은 교육들은 컴퓨터 기초 이론, 윈도, 워드 프로세서 등 일반적인 내용만 다룰 뿐 실제 자녀 교육에 필요한 활용 능력 교육에는 다소 소홀하기 때문이다.
학부모정보감시단 김은숙 교육팀장은 "자녀 교육을 위해 컴퓨터를 배우는 부모 입장이라면 극단적으로 말해 마우스 클릭만 배워도 된다"며 "인터넷 어느 사이트에 유익한 정보가 많이 있고,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능숙해지는 게 더 필요하다"고 했다.
교육부나 교육청, 산하기관, 에듀넷, 한국교육학술정보원 등에 올라와 있는 내용이면 사교육도 어느 정도 대체할 수 있을 정도이므로 그 활용법을 익히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것.
가족의 생활 속으로 컴퓨터와 인터넷을 끌어들이는 것도 바람직하다.
가령 가족 여행을 떠난다면 부모가 인터넷을 통해 교통편, 관광지 정보, 인근 유적지, 유명한 식당 등 필요한 정보를 찾고 그에 맞춰 계획을 짜는 모습을 보여주는 식이다.
컴퓨터 이론을 몰라도, 윈도나 워드 같은 응용 프로그램을 몰라도 인터넷 서핑만 익숙해지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방법이다.
부모의 이런 모습은 두 가지 측면에서 효과가 있다.
부모가 컴퓨터를 잘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 굳이 막지 않아도 자녀 스스로 컴퓨터 이용 시간과 내용을 조절한다는 점, 한편으로는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찾는 데 컴퓨터를 이용한다는 점이다.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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