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니버시아드 지킴이-(2)민박가정

세계화 시대라지만 실제로는 국경을 넘어 마음이 통할 수 있는 외국인 친구를 한 명도 갖지 못한 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러기는 커녕 가까이서 외국인을 접해보기조차 현실에서는 쉽잖은 일. 하지만 적잖은 시민들이 지금 외국 손님을 집으로 맞겠다고 준비에 열중하고 있다.

'벽을 넘어 하나로 꿈을 펼쳐 미래로'라는 슬로건 그대로 U대회가 세계 친구를 사귈 기회를 제공하고 있기때문이다.

#환한 기다림

손원정(40·대구 시지동) 서금숙(37·여)씨 부부는 오는 25일부터 8일간 캐나다인 클락씨 부부를 맞이할 준비에 한창이다.

초교 2·5학년생인 아들 태영(12) 주영이(9) 형제와 함께 영어회화 공부도 하고 어떤 음식을 마련할까 식단도 짜는 등 분주한 것. 부인 서씨는 "외국인과 어울릴 수 있다는 매력에 끌려 민박가정을 꾸리기로 했다"며 "배구 선수로 출전하는 아들을 격려하기 위해 대구를 찾기로 한 클락씨 부부가 자기네 집처럼 편안히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회사원 배미란(26·여)씨는 작년에 열렸던 월드컵대회 때에 이어 또한번 민박가정을 자청하고 나선 경우. 한 대학의 민박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외국 손님을 맞은 경험이 축적돼 있어 큰 걱정은 없다고 했다.

배씨는 "지난해 월드컵 대회 때는 아버지가 골동품 200여점을 집안에 늘어 놓고 외국 손님들에게 설명해 준 적이 있다"며 "그때 말은 안 통해도 몸짓만으로도 의사가 전달되는 것을 보며 새로운 경험을 했었다"고 했다.

일본인들을 맞기로 한 배씨 가정은 '우리 고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자'는 생각 아래 집 뒤뜰에 심어놓은 호박·오이 등 야채 가꾸기에 정성을 들이는 중. 자신이 봉사하는 대구 'SOS 어린이마을'(검사동)을 외국 손님들과 함께 찾아 그곳 아이들과 놀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중국 유학을 준비 중인 조미선(23·여·계명대 영문과 3년 휴학)씨도 민박 초청 대열에 동참했다.

중국 양조우(楊州)시 강해(江海)대학 방문단 일원을 맞기로 한 것. 조씨는 "한복의 아름다움을 강조해 보여 주고, 대구 평화시장 닭똥집골목 같은 우리의 속모습도 소개하려고 한다"고 했다.

#세계를 향해 마음 연 중년들

아마추어 무선통신(HAM)을 취미로 하는 회사원 채수용(50·대구 감삼동)씨는 벌써 몇달 전부터 이를 통해 세계 곳곳의 동호인들에게 U대회를 홍보하느라 바쁘게 지내고 있다.

그러던 중 만난 일본인 4, 5명은 대회기간 중 대구를 찾아 채씨 집에서 묵기로까지 약속했다.

채씨는 "두 아들의 외국어 회화 공부에도 도움될듯 해 민박을 자청했다"면서 "식사는 고유 한식으로 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벌써부터 설레 했다.

채씨는 "대대로 물려져 온 다듬이·화로·병풍·제기류 등 우리 전통품을 보여줄 생각"이라며 "안동 하회탈 세트와 지역 상품을 알린다는 의미에서 '쉬메릭' 상표의 손수건 등을 정성껏 준비할 계획"이라고 했다.

민박을 자청한 김설희(57·여)씨는 얼마 전 늦깎이 가수로 데뷔한 50대 어머니. 집과 자신이 운영하는 '삼다화'라는 라이브카페가 U대회 주경기장에 인접해 있어 더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김씨는 작년 월드컵 대회 때는 집을 짓고 있는 중이어서 민박을 하고 싶어도 못했다고 아쉬워 했다.

일본·캐나다 손님을 맞기로 했다는 김씨는 "내가 일본어를 조금 알아듣고 아들이 영어를 할 수 있어 두 문화권 손님을 택했다"며 "깨끗한 이불을 마련해 편안한 잠자리를 마련해 드리고 라이브카페에 모셔서 판소리와 가야금 연주를 통해 우리 문화를 알리고 싶다"고 했다.

#민박 신청 아직은 부진

대구시는 지난 3월부터 인터넷(http://homestay.daegu.go.kr) 등을 통해 U대회 기간 중 외국인 민박 유치 희망 가정을 모집한 결과 지금까지 모두 310가구가 신청했다고 밝혔다.

영어권 손님을 희망한 것이 135가구, 중국어권 50가구, 일어권 38가구, 프랑스·독일어·스페인어권 13가구라는 것.

또 숙식을 제공하는 민박은 모든 것을 무료로 대접하는 홈호스트(Home Host)와 일정액(1인당 하루 30달러 정도)을 받는 홈스테이(Home Stay)로 나뉘나, 민박신청 310가구 중 홈호스트(Home Host)는 156가구, 홈스테이(Home Stay)는 154가구로 나타났다고 집계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민박을 희망한 외국인은 중국인 46명을 포함한 총 62명에 그쳤다.

중국인 46명은 중국 양조우시 강해대학 외국어과(한국·영어·일본어과) 교수·학생 45명 및 양조우시 간부로, 오는 19일부터 4박5일간 대구대 기숙사에서 지낸 후 2명씩 나뉘어 3박4일간 민박가정들에서 묵을 예정이다.

대구시 U대회지원반 홍무석 민박 담당은 "외국인들의 요청이 있을 경우 민박가정에 연결해 주고 있다"고 말하고, 그러나 이번 U대회 때는 월드컵대회 때와 달리 민박가정에 대한 별도 교육이나 소방·위생 점검은 없다고 했다.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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