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 사고 현장은 달리던 열차가 폭격 당한 상황을 연상케 했다. 사고 후 119구조대, 철도청, 경찰 등의 구조인력 100여명의 혼신의 구조 노력을 했으나 오전 10시까지도 3명이 무궁화호 객실에 갇혀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화물열차를 들이 받은 무궁화호 열차의 맨 앞에 있는 기관차-발전차는 쇠뭉치여서인지 앞부분만 해머로 때려 놓은 듯 움푹 패였을 뿐 겉모습이 대체로 멀쩡했다. 그러나 충돌로 발생한 힘은 그 기관차를 통해 바로 뒤에 연결된 6호 객차로 전달됨으로써 6호차에서 피해가 가장 컸다. 기관차가 객실칸을 치고 들어가 그 객차 앞부분에 있던 승객들은 철판에 깔려 빠져나오지 못했다.
6호 객차의 앞 부분은 2m 가까이 납작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맨 앞 객차 앞부분 바퀴 2개도 정상선로를 이탈, 탈선해 있었다. 이 객차에서 최소 3명이 숨지고 40여명이 중경상을 입은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6호차 뒤의 5호차와 4호차도 피해가 적잖았다. 이들 객차도 입구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찌그러져 다른 객차와 한덩어리가 돼 있었다. 한 구조대원은 "파손된 기차와 승객들의 신체가 서로 엉켜 있어 파손 부분을 하나하나 잘라내느라 시간이 걸린다"고 안타까워했다.
상황이 가장 나쁜 6호 객차의 정경은 한마디로 아비규환이었다. 객차 앞부분 쇳조각들이 객차 밖으러 튀어나오는 등 휴지조각처럼 구겨져 있었다. 객차 앞부분 의자 5개는 겹겹이 밀려져 있었고, 창문 10여개가 부서져 유리조각이 객차 안은 물론 객차 밖 곳곳까지 널려져 있었다. 객차 내 의자는 충격에 밀려 찌그러지거나 뒤로 밀려나 있었고, 승객 소지품은 객차 곳곳에 널부려져 있었다.
사고 후 30여분만에 도착한 119구조대가 창문을 통해 객차 안으로 들어가 승객 구조가 나서자 찌그러진 의자 같은 물건에 깔리거나 눌려 빠져나오지 못한 승객 3명이 "살려달라"고 애타게 절규했다. 구조대는 절단기 등을 동원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의자 사이에 몸이 끼여 있던 승객 박호식(56)씨는 오전 10시 현재 의식이 있어 구조가 진행되고 있으나, 겹겹이 눌려 있는 의자 5개 밑에는 8세 가량으로 추정되는 여자아이 1명과 40대로 보이는 남자가 의식을 잃은채 깔려 있다. 한 구조대원은 "의자 밑에 깔려있는 2명은 의식을 잃은 상태로 보여 생존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현재로선 박씨를 구조한 다음 이들의 구조작업을 벌여야 할 상황"이라고 했다. 박씨는 "수금하러 왔다가 부산으로 되돌아 가던 중 갑자기 쾅하는 소리와 함게 순식간에 양다리를 비롯한 온 몸이 끼여 꼼짝달싹 못하고 있다"며 계속 살려달고 아우성을 쳤다.
사고 현장 인근의 사월보성아파트 장충길(61)씨는 "아침에 갑자기 꽝하는 소리가 나 창 밖을 내다 보니 열차끼리 충돌해 있었다"며 "굉음이 얼마나 컸던지 폭발사고가 난 줄 알았다"고 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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