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팀워크 완벽...구조현장 손발 '척척'

강물이 차창 위까지 차 오른 승합차는 금방이라도 거센 물살에 차체가 뒤집힐 듯 흔들린다.

차 지붕 위에서 구조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던 두 명의 탑승자중 남은 한 명이 소방헬기에서 내려온 구조망을 타고 무사히 구조되는 순간 승합차는 급류를 견디지 못한 채 흙탕물 속에 떠내려가고 만다.

얼마 전 하천을 건너던 와중에 갑자기 내린 집중호우로 불어난 강물에 승합차와 함께 고립 됐던 두 남자가 위기일보직전, 소방헬기에 의해 아슬아슬하게 구조되는 장면을 TV를 통해 생생하게 지켜본 시청자들은 누구나 안도의 가슴을 쓸어 내렸을 것이다.

이처럼 육상 소방구조대원들이 신속하게 접근 못하는 산과 계곡, 하천에서 발생하는 각종 재난사고와 산불진화는 소방항공대원들의 몫이다.

K2 비행장내에 있는 대구시 소방본부 산하 대구 소방항공대(대장 김종수)는 대구지역의 항공구조업무와 산불진화, 행정업무지원을 도맡아 하고 있다.

지난 95년 창설된 대구 소방항공대 대원은 대장을 포함 13명. 업무별로 보면 조종사 4명, 정비사 4명, 구조대원 2명, 행정원 2명으로 짜여져 있다.

조종사와 정비사들은 모두 군과 민간에서 잔뼈가 굵은 항공 전문가들로 소방항공대의 헬기는 이들의 손에 의해 운항된다.

구조와 구급업무를 하는 구조대원들은 해군 해난구조대와 특전사출신들로 항공구조교육과정을 수료하고 배치됐으며 강인한 체력과 항공구조에 대한 남다른 사명감을 자랑한다.

대원들이 타고 다니는 헬기는 프랑스 유로 콥터사의 6인승 헬기로 최고시속은 232km.금년 초 산불진화용으로 폴란드에서 들어왔던 14인승 헬기가 자동비행장치를 장착한 뒤 시험비행을 하다 경남 합천호에서 추락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창설당시 도입한 6인승 헬기가 대구 소방항공대의 유일한 업무용 헬기다.

프랑스제 6인승 헬기는 응급환자가 발생할 경우 대구와 서울간을 1시간 30분만에 주파하며 이·착륙이 용이한 것이 특징으로 대구 소방항공대의 간판이다.

헬기 구조업무는 발빠른 기동력으로 신속하게 재난현장에 달려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육상구조활동과 달리 안전사고에 대한 위험도 그만큼 높다.

구조활동을 벌이는 헬기 조종사와 구조대원간에 서로 손발이 맞지 않거나 의사소통이 잘못 이루어질 경우 아차 하는 순간에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을 안고 있다.

대구 소방항공대의 경우 관할지역에 팔공산, 비슬산 등 지형이 험난한 산악지대가 있는데다 하천과 계곡에서도 불어난 물에 고립되는 사고가 수시로 발생하고 있어 24시간 항상 긴장하며 2교대로 근무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원들간의 팀웍과 인간적 친분이나 유대가 남달리 강하다.

구조현장에서는 시끄러운 헬기소리로 인해 상공의 헬기조종사와 지상에 내려온 구조대원은 교신이 불가능 하지만 이들은 눈짓과 몸짓만 보고도 어떤 후속조치를 취해야 할지 짐작 할 수 있을 정도로 서로의 마음을 읽고 있다.

긴급한 실제상황에 완벽하게 대응 하기 위해 대원들은 한 달에 한번씩 가상구조훈련을 하는 등 평소에 철저한 대비를 하고 있다.

군에서 20년간 헬기를 탑승하다 창설요원으로 대구 소방항공대에 들어온 김천배(49·소방경)조종사는 "소방항공대원들은 언제 어디서 구조연락이 올지 모르기 때문에 1년 365일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항상 출동대기 상태에 있다"고 말했다.

헬기가 언제든지 출동할 수 있게 준비하는 것은 정비사의 몫이다.

대한항공에서 20년간 정비업무를 맡아본 민인규(45·소방장)정비사는 헬기가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게 이. 착류 전후는 물론 정비계획서에 따라 4명의 정비사가 1년 내내 닦고 조이고 기름칠하는 정비업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종사와 한 몸처럼 움직이는 구조대원들도 마찬가지다.

틈나는대로 체력 단련실에서 근력을 강화하고 2인1조로 벌이는 구조작업을 실전처럼 연습한다.

대구 동부소방서에 근무하다 항공대에 합류한 이진(41·소방교)대원은 "구조원들은 어떤 악조건에서도 구조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전천후 태세를 갖추어야 한다"고 말했다.

금년 3월 부임한 김종수(54·소방령)대장도 소방항공대의 업무특성을 감안, 직원들의 인화에 역점을 두고 운영해나가고 있다.

소방 항공대원들은 인명구조 업무외에 긴급환자수송, 장기이송, 산불진화, 항공방제, 팔공산, 비슬산 정상에 모아진 쓰레기 공수, 도시계획 입안 및 개발제한지역 지정 등에 필요한 자료수집을 위한 정찰비행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명절과 공휴일도 잊은채 근무하는 소방항공대원들의 보람은 사지에 놓였다 출동한 헬기에 의해 목숨을 건진 사람들로부터 고맙다는 전화를 받거나 그들이 사회생활에 복귀 하는 것을 볼 때다.

김천배 조종사는 군과 민간항공분야 출신인 대원들은 공무원으로서 시민들을 위해 봉사한다는 새로운 사명감에 남다른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종수 대장은 대원들이 가장 허탈감을 느끼는 것은 허위신고라고 한다.

허위신고가 무서운 것은 실제로 긴급한 구조연락이 들어왔을 때 헬기가 없어 제때 현장에 가지 못해 선량한 시민이 피해를 볼수 있는 만큼 허위 구조신고는 절대 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정상호기자 fal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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