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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라 참깨!"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 이야기에서 육중한 바위 문을 여는 주문입니다.

상상의 언어로 만든 열쇠이지요. 지금은 이런 열쇠조차 필요 없는 자동문 사용이 일상화되고 있는데, 이 자동문의 발명은 "열려라 참깨!"의 과학적 실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라이트 형제가 비행기를 발명한 일도 새처럼 하늘을 훨훨 날아보고 싶다는 소망이나 상상에서 시작되었을 것입니다.

인간의 상상력은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힘이며,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가능성을 찾아 그 가능성을 현실화하는 힘입니다.

그리고 상상력은 궁극적으로 인간다운 삶의 실현을 지향합니다.

자신의 존재조건을 부단히 부수고 새로 만들어 내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그러한 의지의 실천을 거듭하는 가운데 문화를 이루어 살아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인간이 문화를 형성하고 향유하는 것 또한 상상력의 산물이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상상력을 인간의 행복추구권이라 하기도 합니다.

시는 근원적으로 상상의 언어입니다.

'애비는 종이었다.

밤이 깊어도 오지 않았다

파뿌리같이 늙은 할머니와...'로 시작되는 서정주의 시 〈자화상〉을 읽으면서 아무도 '애비가 정말 종'이었는지 노비문서를 뒤져보지 않는 이유는, 시가 상상의 언어로 만들어 낸 별도의 세상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상상력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는 아동기에 시를 많이 읽히는 것은 그들의 꿈의 날개를 더욱 튼튼하게 만드는 일이 됩니다.

'산너머 저쪽엔/별똥별이 많겠지/밤마다 서너 개씩/떨어졌으니//산너머 저쪽엔/바다가 있겠지/여름내 은하수가/흘러갔으니'.

얼마 전에 작고한 소설가 이문구의 〈산너머 저쪽〉이라는 작품입니다.

과학적 사고로 판단하면 이 작품이 주는 정보는 분명 틀린 정보일 수 있으나 그렇다고 해서 이게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냐고 잘라 말한다면, 산너머 저쪽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과 호기심을 면도날로 자르는 것이 됩니다.

설사 지금, 이곳의 삶이 매우 어렵더라도 그 질곡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힘은 바로 산너머 저쪽에 대한 동경에서 출발하기 때문입니다.

풀리지 않는 문제들의 바위 앞에서, 또는 불편한 삶의 가시넝쿨 앞에서 끙끙대는 어린이들에게 "열려라 참깨!"를 외게 할 일입니다.

시를 읽게 할 일입니다.

(김동국.아동문학가.문성초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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