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화려한 불꽃서 대구희망 봤다"

주경기장

○…2003 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 개회식이 열린 21일 유니버시아드주경기장에는 부채의 물결이 출렁였다.

북한 서포터스인 달성사랑모임은 이날 경기장에 들어서는 관중들에게 한 면은 태극무늬, 반대쪽 면에는 대회 엠블럼이 그려진 부채를 나눠준 것.

이날 대구는 최고 32℃에 이르는 무더운 날씨여서 태극부채와 일부 관중들이 집에서 가져온 부채가 한데 어우러져 또다른 장관을 연출했다.

○…이날 개회식 식전행사에서 북한응원단은 관중들의 파도타기 응원이 이어졌으나 움직이지 않는 등 동참하지 않았다.

흰색 저고리와 검정 치마를 입고 식전행사전부터 열띤 응원을 펼치던 북한응원단은 막상 흥을 돋우러 나온 개그맨 김종석이 경기장 트랙을 돌며 파도타기 응원을 이끌어냈지만 일어설 차례가 됐는데도 자리에 그대로 앉아있었다

이에 김종석은 "북한응원단!"하고 외쳤지만 북한 응원단은 끝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각국 선수단은 21일 개회식에 입장하면서 독특한 민속의상을 입거나 흥겹게 춤을 추는 등 괜찮은 볼거리를 제공.

남아공 선수들은 단체로 전통 춤을 선보이고 관중들에게 박수를 유도하는 등 가장 인기를 모았고, 스위스 선수들은 관중석에 빨간 원반을 던져 관객들을 즐겁게 했다.

벨기에 선수들은 자신들의 국기와 태극기를 함께 쥐고 흔들었고, 우루과이 선수들은 '대구 감사합니다.

대한민국 사랑합니다'라는 한글로 쓰여진 현수막을 들고 입장하는 모습.

우간다의 선수·임원들은 모두 전통 복장을 입었고, 베트남 여자선수들도 아오자이를 곱게 차려입고 입장해 눈길. 다음 유니버시아드 개최지인 터키는 '2005년 23회 유니버시아드 터키 이즈미르'라는 글이 새겨진 현수막을 들고 파란 모자를 관중들에게 던지기도.

○…이날 식후행사 마지막 무대인 '함께 내일로'에서는 인기 스타 보아의 열창으로 동명의 주제가가 흘러나오자 모두가 한데 어우러져 대미를 장식했다.

공연에 참가했던 행사자 전원이 대회 엠블럼에 들어있는 검은색, 녹색, 노란색, 붉은색, 파란색 의상을 입고 나와 함께 춤을 췄고 경기장 내외에서는 쉴새없이 폭죽이 터져나와 흥을 돋웠다.

또 출연자들은 공연이 끝난 뒤 관중석 앞으로 몰려와 서로 부둥켜 안고 헹가레를 치며 성공적인 무대를 자축했다.

경기장 지붕에서는 대회 주제인 'DREAM FOR UNITY'라고 씌인 깃발이 내려와 이번 대회의 본격 개막을 널리 알렸다.

선수단 이동

○…개회식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오후 2시30분쯤부터 선수촌 남편 도로에서 줄지어 버스에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인원이 많다보니 승차에만도 시간이 많이 걸려 오후 3시로 잡혔던 예정 시간을 30분이나 넘겨서야 출발할 수 있었다.

선수단 버스는 동화교에서 30대씩 무리 지어 출발했고, 10대 간격으로 경찰 오토바이 호위를 받았다.

버스는 총 120대였고 4천800여명의 선수가 탔다.

이 버스들이 동화교에서 좌회전할 때는 시간이 많이 걸려 일대 교통에 혼잡이 빚어지기도 했다

특히 북한 선수들이 나눠 탄 7대의 버스는 다른 선수단 버스와 달리 무열대(육군 2군사령부)를 거치지 않고 효목네거리에서 반야월 쪽으로 우회해 달려 관심을 끌었다.

○…북한 응원단은 파계로를 거쳐 효목네거리에 도착한 뒤 선수단과 같은 경로로 행사장으로 갔다.

도착 시간은 선수단보다 30분 가량 늦은 오후 5시30분쯤이었다

하지만 이동 과정에서 응원단원들은 노래를 부르지는 않았다.

전날 대구 도착 과정에서는 버스 안에서 노래를 불러 우리 측이 제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버스에서 노래를 부르면 운전에 위협이 될 수 있기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선수촌 선수들, 본부호텔 귀빈, 북측 응원단, 미디어센터 기자단까지 1만여명의 손님들이 한꺼번에 행사장으로 움직이자 교통정리를 맡은 경찰관들이이 바짝 긴장했다.

더욱이 저녁에는 대통령을 포함한 3부 요인까지 대구에 도착하자 긴장도는 더 높아졌다.

대구경찰청 교통정보센터에는 시내 교통상황을 전하는 무전이 빗발쳤고 근무자들은 진땀을 뺐다.

또 이 많은 교통 수요를 대응하기에는 경찰력이 부족, 선수단 버스 이동 구간에서는 신호 조작 경찰관이 없어 일부 버스는 대열에서 낙오되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날 상당수 운전자들이 자가용 2부제를 지키지 않았는데도 시가지 교통량은 예상 외로 적어 현장 경찰관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더욱이 같은 시간 대구시내서는 성화봉송까지 이뤄졌지만 교통혼잡은 심하지 않았다고 경찰이 전했다.

한 경찰관은 "개회식을 TV로 보려고 많은 시민들이 서둘러 귀가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풀이했다.

시민 입장행렬

○…대회 개회식장인 월드컵경기장 주변에는 21일 아침부터 시민들이 몰렸다.

관계자들은 북한 선수단·응원단이 관중을 많이 끈 것으로 판단했다.

관람객 입장은 식전행사 시작 3시간 전인 오후 3시30분에 시작됐다.

이때 일대에는 벌써 6천~7천명이 모여 있었으며, 대부분은 주변 나무 그늘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더위를 피했다.

가족과 함께 왔다는 김인식(48·구미)씨는 "마침 휴가도 받았고 이 생에 다시 볼 수 없는 행사 같아 개회식을 보러 왔다"고 했다.

○…행사장에 일찍 도착한 일부 국가 선수들도 개막식장 수변공원 '전통문화 체험관'을 찾아 자투리 시간을 즐겼다.

러시아 육상선수 알렉산더 드레바진(21)씨는 "탁본이 너무 신기하고 재미 있다"며 두 장이나 연거푸 찍어보기도 했다.

체험관 중 가장 인기 있은 곳은 전통차 시음대. 한복을 차려 입은 지역 다도모임 회원들이 차 마시는 법, 달이는 법 등을 시연하고 좋은 차 고르는 법도 소개했다.

이광자(62·여)씨는 "700~800명이 몰려 생수만 10통이나 썼다"며 "연꽃차와 녹차에 대한 반응이 특히 좋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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