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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신화의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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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그리스 로마 신화가 넘쳐난다.

서점에 나가보면 어른용 도서는 물론 아동서적, 만화 시리즈로 만들어진 그리스 로마 신화가 나와있다.

이런 현상은 그리스 로마 신화와 직접적 관련을 갖고 있는 서구의 여러 나라에서도 유래를 찾기 어려운 기이한 거품이다.

물론 문화적인 것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조성되는 현상은 그 자체로는 좋은 것이다.

그러나 우리 민족 특유의 상상력의 틀 속에 들어 있는 상징을 그리스 로마 신화에까지 멀리 멀리 돌아가 견강부회할 필요가 있는 것일까? 초등학교 저학년이 알고 있는 한국 신화라고는 단군신화가 전부이다.

그런 아이들이 그리스 로마 신화의 수많은 신과 영웅의 이름을 줄줄이 꿰고 있다니, 이것은 우리의 전통 조각보가 더 좋으냐 서양의 퀼트가 더 좋으냐하는 식의 취향의 문제는 분명 아닌 것이다.

오히려 서양의 신화학자들은 그리스 로마 신화가 비유럽지역 민족의 신화보다 우월하다는 20세기 중반까지의 선입견을 타파하고, 동양의 신화에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다.

세계적인 신화학자인 조지프 캠벨도 일본 신화를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그런데 이 일본 신화의 주역들이 한반도의 가야건국신화에서 등장하던 인물들이라는 것은 캠벨 자신도 몰랐고, 우리들 가운데에도 알고 있는 사람들이 드물다.

안타깝게도, 세계적인 신화연구에서 한국의 신화는 사각지대에 있고 그 가운데서도 가야의 건국신화는 우리들조차도 돌아보지 않는 사각지대 중의 사각지대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변방의 신화라도 가치없는 신화는 없다.

다만 알려지지 않고 연구되지 않았을 뿐이다.

가야의 건국신화는 천신(天神)과 대지모(大地母)의 아름다운 결합이 있고 대가야와 금관가야를 세운 두 왕자의 이야기가 있는 훌륭한 신화이다.

외국 신화에 심취했던 사람이라면 이제는 한번쯤 안으로 시선을 돌려, 우리 스스로의 문화적 편견 때문에 사각지대에 빠져있는 가야건국신화의 가치를 발견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상히 가야대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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