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문시장 의류도매상가 '불황의 늪'

의류 도매점 200여개가 밀집돼 있는 대구 서문시장 5지구 2층 의류 도매시장. 한때 서울 이남 최고의 의류도매 시장으로 손꼽히며 영남지역 일대의 상권을 장악하고 있었지만 IMF 이후 불어닥친 불황의 기운과 재래시장 위축으로 계속 쇠퇴하고 있다.

긴 불황의 늪에 빠진 서문시장 5지구 의류 도매시장의 자구책은 무엇일까 현장을 점검했다.

▨추석 경기도 사라져

5지구의 올 추석장은 심각했다.

비가 많고 서늘한데다 유난히 절기가 이른 추석이어서 가을 의류 수요도 거의 일지 않았다.

명절대목이 꽤 괜찮은 편인 아동복도 판매상황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다.

'ㅊ사'의 임상우(33)씨는 "판매가 그나마 조금씩 증가하고 있지만 작년과 비교하면 매출이 상당히 감소한 상태다.

본격적인 가을에 접어들면 상황이 달라지려나…"고 밝혔다.

▨비우호적인 제반환경

서문시장내 의류 도매시장이 쇠퇴를 막는 방법은 여러가지다.

5지구 상가번영회 김상철 회장은 "서울 동대문시장이나 남대문시장으로 가는 전세버스 불법운행을 근절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직거래를 하는 소매상들이 늘면서 고객의 절반 이상이 빠져나갔다.

김회장은 "서울제품과 가격이나 품질에서 별 차이가 없음에도 구매자들이 양 시장의 제품을 비교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해 서문시장을 외면한다"고 말했다.

5지구 이현진 이사는 이런 행위는 "자가용으로 택시영업하는 격"이라며 "전세버스 불법운행은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급 초과 의류상가

적정 수요보다 3배이상 공급됐다는 대규모 상가 난립도 의류 도매시장 쇠퇴의 원인이라고 상가번영회 측은 보고 있다.

서문시장의 베네시움, 동성로 밀리오레, 갤러리존 등에 입주한 의류상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영업부진으로 점포주들과 관리회사간 법적 다툼이 이는가 하면 일부 패션몰은 매장을 다른 업종으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권오태 5지구 부회장은 "재래시장이 살아야만 주변 상권도 살아난다"며 재래시장을 중심으로 한 활성화 대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낙후된 시설

소비자들의 안목은 한껏 높아져 있는데 1층은 여전히 노후, 손님을 끄는 데 도움이 되질 않는다.

98년 개·보수를 통해 2층의 경우 시설이 잘 갖춰져 있지만, 1층의 경우 배전시설 정비도 제대로 안돼 있으며, 소방시설도 열악하다.

시설 개·보수를 위해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한 특별 조치법'상의 지원을 받아 리모델링을 추구하고 있지만, 국비 지원 50% 이외의 부분에 대해 90% 이상을 차지하는 임차업주들과 임대주들의 동의를 얻어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임차업주들이 대부분 영세업자들이라 자비를 투자하는데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고, 1년에 40만~50만원에 불과한 임대료만 받고 있는 임대업자들도 투자에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짝퉁

가짜 유명상표, 이른바 '짝퉁'상품도 서문시장 상권활성화에 적대적이다.

5지구내 'ㄱ츄리닝' 주인은 "값싼 중국산을 수입해 파는 가게들만이 그런대로 수지를 맞춰가는 상황에서 가짜 상품들이 판을 치면서 (자체 생산한) 양질의 제품에 대한 수요가 줄고 있다"며 가짜 유명상표 단속을 강하게 주문했다.

▨탈출구 모색

5지구 상가번영회는 회원들끼리 매달 5, 6회 회의를 하고 있고, 이외에도 시장 상인들과 수시로 만나 해결방안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있다.

그리고 다른 상가에 비해 접근성이 떨어지는 점을 감안해 버스 노선 확장 등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서문시장 축제'중에는 서문시장 이용자들에게 5지구를 알릴 수 있도록 구매자들에게 즉석복권을 주기도 했다.

올해도 추석연휴 이후 10월 중순(17~20일) 서문시장 축제 기간 동안 5지구 상가를 알리기 위한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자체브랜드 공동개발 문제

서문시장 5지구내 의류도매상은 모두가 영세한 규모다.

자본력이 달리다 보니 자체브랜드를 개발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판매세가 계속 감소하는 것도 제품개발 시도 자체를 어렵게 한다.

공동개발을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시설이나 자본이 미미한 상태에서 투자비 자체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김회장의 얘기다.

대구시 관계자는 "여건이 불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자구책도 마련해야 한다.

일본 관광객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평화시장의 '닭똥집' 골목처럼 시장 자체를 특화시킨다면 충분히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며 서문시장내 임대주와 업체주들이 협심하여 불황 타개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문호기자 news119@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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