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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원전문기자 최승호가 본 '문단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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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문단에 웬 도사, 선사들이 그리 많은지. 주요 문학상 후보작에 오른 시들은 대개가 해탈을 주제로 한 자연서정시들이다.

이것은 물론 후기산업사회를 거꾸로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인간의 힘으로 자본의 거대한 폭력에 정면으로 맞서기에는 시대착오적인 게 사실이다.

이제 어느 정부도 재벌 총수도 노조도 자본의 도도한 흐름에 어찌할 수 없을 것이다.

어떤 시인도 구조적으로 세상을 쉽게 읽고자 할 만큼 어리석거나 단순하지는 않다.

그 동안 진보적 이데올로기를 지녀오던 민족문학작가회의 사람들은 요새 정치권력과 유착되어 갈수록 더 진퇴양난에 빠져 헤맨다

그들은 리얼리즘이란 용어만 들어도 손사래를 친다.

외려 보수문단 사람들보다 더 예민하게 알레르기적 반응을 보인다.

그것은 리얼리즘을 자꾸 역사법칙, 이론적인 관점에서만 보려는 굳어진 사고 때문이다.

리얼리즘은 어떤 사회법칙이기 이전에 사회적 양심의 문제여야 하는데도 말이다.

진보를 표방하고 권력을 잡은 정치세력은 실용주의 노선으로 선회하면서 더 큰 미궁에 빠져 갈피를 못 잡는다.

경제적 궁핍, 실업 그 자체만 해도 엄청난 일인데, 그보다 더한 것은 빈부차에 대한 사회적 정의감 내지 양심의 죽음이다.

시인, 소설가뿐만 아니라 평론가들마저 그 쪽 감성이 죽어버린 지 오래다.

사회적인 양심을 상실해버린, 순수를 위한 순수시는 오히려 더 큰 허무를 초래할 수 있다.

진정한 순수는 순수를 방해하는 현실적 힘들과 끈질기고 완강하게 싸울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우리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고 기대되는 진짜 순수시이다.

물론 문학에는 다양한 가치가 존재한다.

정신적인 구원을 추구하는 정신주의 시, 치유를 내세우는 자연서정시가 있는가 하면, 생존과 공존을 우선시 하는 생태시가 있고, 저항과 비판으로서의 문학을 강조하는 시도 있다.

그러나 그 어떤 것보다 살아있는 양심, 특히 사회적 양심으로서의 문학이 부활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정신주의 시, 생태시, 페미니즘 시의 초석이 되어야 한다.

문학은 결코 아무도 넘어지지 않는 사회를 건설할 수 없다.

지난 1980년대 민중문학은 그러한 것을 꿈꾸다가 그 자신부터 넘어지고 말았다.

오히려 열 번 넘어져도 먼지 탈탈 털고 열 번 일어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자면 먼저 작품 안에다 넘어진 자들이 들어와 언 마음 녹이고 갈 방, 구멍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오늘날 시들이 독자들로부터 외면받는 것은 그런 구멍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즉 감동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위를 잘 더듬어보면 비록 스타 반열에 오르지는 못했을 망정 우리에게 깊은 감동을 안겨다주는 작품을 진지하게 만들어내는 시인도 적지 않다.

그들의 시에는 넘어지고 넘어진 자들이 들어가 소주도 마시고 밤새 실컷 울고 나서는 가뿐하게 일어서게끔 힘을 공급해주는 공간, 구멍이 잘 마련되어 있다.

시인.대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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