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후원금 못내겠다'...정가 '돈가뭄' 몸살

각종 정치자금에 대한 검찰 수사가 계속되면서 후원금이 끊겨 여의도 정가가 돈가뭄에 몸살을 앓고 있다. 기업들이 검찰 수사로 얼어붙었고, 전경련은 현행법을 고치지 않으면 후원금을 못내겠다는 '반란'(?)을 일으킨 상태라 사정이 나아질 것 같지 않다.

◇열린우리당=달라진 정치환경을 실감하고 있다. 중앙당과 지구당창당으로 돈이 많이 필요하지만 당장 하루나기조차 힘겨운 형편이다. 건물을 통째 쓰는 한나라당, 민주당과 달리 건물 1개층 500여평을 당사로 쓰는 탓에 사무실 공간은 턱없이 좁다. 한 사무실을 다용도로 여러사람이 쓰고 휴게실은 아예 찾아볼 수 없다. 최근 2평 남짓한 공간이 여기자 휴게실로 정해져 여기자들은 남자기자와 당직자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130여명에 이르는 당직자들은 아직 한번도 월급을 받지 못했다. 중앙당이 창당되면 곧바로 공채로 당직자 100명을 새로 뽑을 계획이다. 물론 기존 당직자들도 공채에 응해야 한다. 최소 40~50명은 일자리를 잃을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한 당직자는 "사무실 분위기가 뒤숭숭하고 당직자들이 살아남기 경쟁관계인 탓에 서로 마음을 열지 않아 냉랭하다"며 "월급 타령할 때가 아니다"고 전했다.

의원들의 고민도 크다. 지난달 창당준비위 발족식 행사를 외상(1억원)으로 치른데다 중앙당 창당 등 돈 쓸 일만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재정 총무위원장은 "중앙당 창당대회를 2억원 이내에서 검소하게 치르면 큰 문제가 없다"면서도 "7일 중앙위원회의를 소집해 특별당비 갹출 문제를 논의할 생각"이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내달 15일쯤 첫 국고보조금 11억여원이 나와도 이것 저것 정리하고 나면 남는 돈이 없다.

각 지역의 고충도 크다. 대구-경북의 조직 구축을 책임지고 있는 이강철 지구당창당심의위원은 "지구당후원회와 대구-경북지부후원회를 잇따라 열어야 하는 데 기업에 손 벌릴 처지도 못돼 걱정"이라고 했다.

◇한나라당=당직자만 300여명으로 그동안 분기별 국고보조금 25억원과 중앙당 후원금 등으로 살림을 꾸려왔지만 올들어 중앙당 후원금 모금실적이 형편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당직자는 "대선패배 탓인지 연초에 수억원 정도 들어온 것 외에는 후원금이 뚝 끊겨 매달 20억원 이상 달하는 인건비를 지난해 모아둔 후원금으로 버티고 있다"며 "열린우리당 창당으로 한나라당에 대한 분기별 국고보조금도 7, 8억원 가량 줄 것으로 보여 걱정"이라고 했다.

최병렬 대표가 정당후원회 및 기업돈 수수금지 등 5대 정치개혁 방안을 전격 발표함에 따라 서울시지부 등 이달중 후원회 개최를 예정했던 시도지부가 후원회를 모두 취소했고, 의원들의 개인후원회 연기도 잇따르는 등 의원들의 속앓이도 적잖다.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후원회를 열기기로 했던 이양희 의원이 후원회를 연기했고, 14일 인천시지부 후원회는 취소됐다.

◇민주당=대선 이후 당내 분란으로 당 기능이 마비되면서 후원금이 격감, 재정난을 겪고 있다. 당사 임대료만 30여억원이 밀려있고 이달부터 당직자 월급도 주지 못할 형편이다. 최근 당사 3개층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여의치 않은 상태다.

당 관계자는 "올해 기업 후원금이 줄어든 정도가 아니라 아예 들어오지 않았다는 말이 적절하다"며 "전당대회를 치를 예산도 마련하지 못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을 당선시킨 당이 파산직전에 이르렀다니 말이 되느냐"면서 노무현 대통령과 탈당해 우리당으로 간 과거의 동지에 대해 섭섭함을 감추지 않고 있다.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

사진:5일 오전 여의도 한나라당사에서 홍사덕 총무와 이재오 사무총장(왼쪽), 이강두 정책위의장(오른쪽)이 당개혁안과 특검등 현안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김영욱기자 mirag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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