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릴레이대담>배병휴-신국환, '경제, 살릴 길은'

-사회=국내경제가 올 들어 계속 추락해 왔습니다.

원인과 되살릴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신국환(사진 오른쪽)=경제하는 사람들이 경제가 어떻게 흘러갈지 갈피를 못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새 정부가 성장보다 분배쪽에 비중을 두는 등 과거와는 다른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근본 원인입니다.

시장경제의 근본은 안정성인데 이것이 흔들려서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시장의 안정성이 가장 시급한 문제입니다.

▲배병휴=경제동력은 생산, 소비, 수출 등 3대 요소에 있는데 현재 우리는 수출만으로 근근이 유지하고 있습니다.

설비투자를 위한 요건은 현 상황에서도 다 돼 있는데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것은 정책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지요. 정부정책과 자본주의 시장체제가 근본적으로 코드가 맞지 않고 있습니다.

또 시중 부동자금(400조원 가량)을 펀드로 조성, 투자하려고 하면 금감위에서 적법한 자본인지 여부를 심사하는 등 규제가 적지 않습니다.

반면 외자에 대해선 국내유치에 지장이 있을까봐 간섭하지 않아 종횡무진으로 날뛰고 있습니다.

즉 국내 자본들만 규제, 갈 데가 없도록 해 투기로 내몰거나 해외로 나가게 하는 것입니다.

▲신=노동의 유연성도 짚고 넘어가고 노사문제와 시장 및 기업에 대한 규제도 완화해야 합니다.

대형사업과 투자방향에 대해서도 정부의 구체적인 비전을 분명히 제시해야 합니다.

투자저해 요소는 자금문제보다 시장을 기업에 맡기지 않고 규제하는 데 있습니다.

반기업 정서도 기업을 하기 싫게 만드는 원인인데 참여정부 출범 이후 진보성향이 강화돼 반기업 성향을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기업의 사기는 저하되고 경기는 침체 일변도로 빠지게 됩니다.

-사회=내수침체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배=정부가 소비 진작을 위해 갑자기 특소세 인하와 신용 불량자 워크아웃 등을 실시하고 있는데 이런 원칙 없고 기준 없는 정책들이 소비의 불확실성을 초래하고 해외투자를 부추겼습니다.

전경련과 무역협회 등이 최근 정부정책에 대한 반발을 담은 여러 건의 성명서를 냈는데 과거 같으면 속으로 삭였을 법한 것들을 왜 공식문서화해서 발표하겠습니까. 이제는 도저히 못 참겠다는 것입니다.

최근 저는 LG와 POSCO에 관한 글을 쓰고 있는데 이들 기업은 국내보다 중국에서 이익을 더 많이 내고 있습니다.

시장경제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다는 기업들의 최후 통첩에 정부는 귀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사회=정부의 부동산투기 억제책이 제대로 먹혀들고 있습니까.

▲신=부동산 투기는 제도로 잡아야 하지만 어디로 돈을 보내야 할 것이냐를 국민에게 인식시켜 유도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투자를 할 것이냐, 여가를 즐길 것이냐는 등의 효용성을 잘 따지게 해서 다른 곳으로 들어가야 할 돈이 부동산으로 몰리는 현상을 막아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각 소비주체에게 맡겨 자연스럽게 투자하고 소비할 수 있는 틀을 잡아줘야 하는데 부동산 정책이 자꾸 뒤틀리고 있는 만큼 경제 전반에 대한 틀을 재정립하는 쪽으로 정책을 수정해야 합니다.

▲배=부동산 투기자들은 두 부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투기속성을 가진 자들이고 다른 하나는 IMF때 망한 뒤 부동산을 통해 본전만이라도 되찾으려고 하는 사람들입니다.

정부정책이 투기자들을 막는 것은 좋은데 후자에 대해서도 똑같은 잣대로 규제하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습니다.

투기자들은 이처럼 이중적인 측면이 있으므로 정책 또한 이에 맞게 추진돼야 합니다.

현재의 부동산정책이 지속된다면 투기를 목표로 하는 자들은 어떤 식으로든 실질적인 세금부담을 낮추려고 할 것인 반면 후자들은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최근 집값이 떨어지고 있지만 부동산이 이렇게 단시일에 빠지는 것은 한시적인 현상으로 정책 효과가 아니라 투기의 거품이 빠진 것으로 풀이됩니다.

-사회=교육여건을 부동산 투기문제와 연계시키는 시각도 적잖습니다.

▲신=교육도 일종의 인프라입니다.

각종 인프라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경제근본을 가다듬어야 하는데 부동산 투기문제와 연계, 해결하는 식으로 풀어갈 경우 앞으로 어떤 정책도 먹혀들 수 없을 것입니다.

▲배= 반드시 강남지역의 특별학군 때문에 '강남불패'가 있었다고 볼 순 없습니다.

다만 부동산을 잡으면 교육특구문제가 완화된다는 것은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일부 신도시의 교육환경이 이같은 현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회=노사문제는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요.

▲신=한국은 수출을 근본으로 하고 있는 만큼 개방을 하면서 모든 것을 시장원리로 풀어나가야 하고 노동력도 고용과 퇴출에서 자유로워야 합니다.

노동시장이 경직된 곳과 유연한 곳을 비교해 보면 유연한 나라가 실업률도 낮고 경제환경이 좋은 사례를 적지않게 볼 수 있습니다.

일단 성장을 위해 바짝 긴장하고 노력해야 합니다.

경쟁력을 되찾으려면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만들어야 하고 선진국처럼 노사협력과 화합을 조화롭게 하는 결단이 필요합니다.

▲배=노동운동과 노동정책이 우리나라를 대변하지 못하고 있는 게 문제입니다.

노동문제가 근로조건이 좋은 기업들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노동운동 주도자들은 고액연봉을 받으면서 주5일제와 비정규직 철폐를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하부기업의 뜻까지 반영한 게 아닙니다.

게다가 해외에까지 이들 소수의 주장이 마치 노동계 목소리의 전부인 것처럼 비쳐지고 있습니다.

-사회=중국과 동남아 등지로 생산공장을 이전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제조업 공동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신=근본적으로 해외유출을 막을 방법은 없지만 기술 유출은 국내산업의 공동화를 가져오는 만큼 막아야 합니다.

나갈 수 있는 자유를 허락해야 하지만 실태를 알고 나가는 정보지식의 공감대를 형성해줌으로써 이득을 상실하지 않는 선에서 기업유출이 이뤄지도록 해야할 것입니다.

국내 산업환경은 제조업 없인 지탱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어수선하게 마구잡이로 나가지 말고 국내.외 투자를 합리적으로 섞는 보완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배=유출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조업이 나가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지만 필요 이상으로 빨리 나가는 게 문제입니다.

국내의 열악한 여건 때문에 해외유출이 가속화 되고 있는데 이대로 가면 소득 2만달러 시대는 맞지 못할 것입니다.

-사회=중앙과 지방간의 경제력 격차가 심화되고 있는데 지방경제를 살릴 수 있는 묘안이 있습니까.

▲신=균형발전해야 한다는 정부의 근본적인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구체적인 실천의지에 대해선 의문입니다.

대구섬유를 비롯, 전국 4개 도시의 지역 진흥산업 등 지방경제를 살리기 위한 각종 정책을 발표하고 있지만 4, 5년 만에 이룰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과거는 공장만 지으면 됐지만 이제는 인프라 구성, 즉 클러스터(산업집적)화가 필요합니다.

클러스터 정책이 실현될 때 지방경제가 활성화될 것입니다.

▲배=뿌리가 없는 곳에 줄기가 자라기 힘든 것과 같이 각 지역은 전통산업의 바탕 위에 첨단산업을 키워내야 합니다.

대구의 섬유, 부산의 신발 산업 등이 첨단기술과 접목돼야 합니다

-사회=대구.경북 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합니까.

▲신=산업구조가 지역에 맞아야 하고 만들어내는 제품이 세계일류여야 할 것입니다.

대구의 경우 그동안 해왔던 섬유산업에 첨단 기술을 융합하고, 신소재산업을 대폭 보강해야 합니다.

또 구미공단을 중심으로 IT와 전자관련 부문을 특성화, IT를 기반으로 정보화를 구축하는 방안도 있습니다.

연구인력을 위해 학교설립과 연구소 보강, R&D 투자도 늘려야 합니다.

1차적으론 포스트밀라노를 충실히 추진, 대구 전체를 패션화해 섬유업의 특화를 노려볼 만합니다.

경북북부권을 위해서는 관광개발사업이 필요합니다.

중국 일본 등을 겨냥해 이곳을 대상으로 문화투자와 관광기반 조성에 나서면 지역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배=지난번 대구전시컨벤션센터를 보니까 굉장하던데요. 대구공항도 국제공항이어서 지역의 산업발전을 위한 하드웨어는 웬만큼 구축된 것 같습니다.

소프트웨어만 끼워 맞추면 되는 것 아닙니까. 낙담하지말고 기존 재원이라도 잘 활용해 경쟁력을 제고시키도록 해야 합니다.

포항공대도 세계최고의 연구기관 아닙니까.

▲신=포항공대뿐 아닙니다.

포항제철도 세계 제철기업들 중에는 최고인데 포항기업과 공대간 산학 인프라를 확실히 구축한다면 제조업에서도 특화산업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사회=서봉대차장

정리=박상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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