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특목고 보낼까 말까

과학고,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특목고)에 대한 관심이 새롭게 높아지고 있다.

서울 강남의 집값 안정 대책의 하나로 강북지역 특목고 신설이 거론되고 있는데다 고교 평준화 부작용 해소책으로 특목고, 자율학교, 자립형사립고 등 다양화 방안이 제시된 데 따른 것. 현실적으로는 정시모집 내신 비중이 축소되고 특기자 전형에서 특목고 출신이 유리해지는 2005학년도 서울대 입시안 발표가 결정적 작용을 했다.

서울지역의 경우 2004학년도 특목고 입학 열풍이 거세게 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대구는 이번주 대구외국어고가 원서를 접수하고 대구과학고가 다음달 11~15일 원서를 받을 예정이어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커지는 관심=지난달 17일과 30일 열린 대구과학고와 대구외국어고 입시 설명회에는 각각 300여명의 학부모가 참석해 최근 일고 있는 특목고에 대한 관심을 반영했다.

올해는 특히 서울대의 내신 비중 축소 및 특목고생 적극 유치 방침, 7차교육과정에 따른 입시 경향 변화 등에 따라 학부모들의 눈길이 한층 많아졌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송인덕 대구과학고 교장은 "지금까지 일반계고에 비해 내신에서 불리해 특목고가 명문대 진학에 불리하다는 인식이 높았으나 2005학년도 서울대 입시안 발표 후 기대감이 커진 것 같다"고 했다.

여기에 우수 학생들을 선발해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을 지도하는 특목고의 좋은 교육 여건도 배경으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입시학원 등에는 특목고 진학을 위한 문의가 잇따르고 있으며, 대구에서도 발빠른 학원들은 특목고 대비반 등을 개설해 학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교육계에서는 이런 관심이 당장에 '붐'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좀더 두고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학원 관계자는 "올들어 특목고 진학에 대한 문의가 부쩍 많아지긴 했지만 중학교 성적이 최상위권에 있어야 하기 때문에 당장에 지원자가 폭발적으로 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이희갑 대구시 교육청 고입 담당 장학사는 "대구의 경우 상위권 학생, 학부모들이 수성학군 일반계고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는 점도 특목고 열풍을 차단하는 요인이 된다"고 했다.

대구의 경우 그동안 특목고 입학 경쟁률은 그리 높지 않은 편. 대구외국어고가 2002학년도 1.87대1, 2003학년도 2.17대1을 보였고 과학고는 2002학년도 2.07대1, 2003학년도 1.71대을 기록했다.

◇명문대 입시에 과연 유리한가=특목고에 쏠리는 관심의 가장 큰 이유는 입학하면 상위권 명문대나 의약계열 같은 인기학과에 쉽게 진학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져 있는 탓. 교육여건이 좋으니 내신성적 문제만 어느 정도 극복하면 일반계고 진학보다 한층 유리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특목고 자체 조사에서도 서울대나 의대 진학을 위해 입학했다는 학생이 상당수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외국어고 졸업자 가운데 법대와 상경계열 진학자가 전체의 1/4에 이르렀고 의대나 한의대 진학자도 전체의 8%나 됐다.

반면 어학이나 언어 등 관련 전공을 선택한 학생은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특목고 진학이 반드시 명문대 진학과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학교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설립 목적상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과목이 많아 일반계 고교에 비해 학생들의 추가 공부 부담이 많으므로 잘못된 선입견은 버려야 한다는 것. 노영옥 대구외국어고 교감은 "외국어고의 경우 자연계열 과정이 별도로 운영되지 않아 자연계 학과로 진학하려면 어려움이 많다"며 "교차지원이 대폭 제한됐기 때문에 의.약계열 합격은 더더욱 어려워졌다"고 했다.

내신 부담이 줄었다고 해도 상위권 학생들간 경쟁에서는 내신에서의 1, 2점 차이가 당락에 엄청난 작용을 하기 때문에 부담은 여전하다는 사실에도 유의해야 한다.

이희갑 장학사는 "합격선에서는 소수점 차이로 많은 학생들이 몰려 있기 때문에 내신에서의 작은 차이도 중요하다"면서 "내신 비중이 다소 줄어도 수능에서 더 높은 점수를 따야 하는 만큼 특목고 학생들의 불리함이 없어진 건 아니다"고 했다.

◇보내야하나, 말아야하나='상위권 학생들이 모여 있는 교육환경을 생각하면 보내고 싶고, 대학입시를 생각하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고'. 중3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이때 가장 먼저 살펴야 할 것이 학생의 소질과 적성이라고 강조했다.

특목고는 교과과정이 일반계고와 많이 다르기 때문에 무턱대고 진학했다가는 학교에 적응치 못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과학고의 경우 당연히 과학.수학의 교과비중이 큰 편이고, 외국어고는 외국어 교과비중이 높다.

외국어고는 82단위의 전문교과를 이수해야 하고 과학고는 90단위의 전문교과를 이수해야 하는 것.

특목고 진학에 있어 또 하나 고려돼야 할 점은 '자기 주도적 학습능력'. 중학교까지는 부모의 관심이 성적의 상당 부분을 좌우하지만 고교부터는 스스로의 학습이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또한 특목고에서는 비슷한 수준의 상위권 집단으로 구성된데다 교과에 대한 부담이 큰 만큼 학생 개인의 능력과 의지 없이는 성적에 대한 압박감 등으로 견디기 힘들 수 있다.

김양기 대구과학고 교무부장은 "전문교과 과목에 흥미가 없는 학생이 진학할 경우 학교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중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며 "장기적으로 진로와 희망 대학.학과 등을 고려해 진학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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