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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길라잡이-온몸으로 읽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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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 길이 있다'고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책 속에는 페이지마다 글자들만 입을 꼭 다물고 빼곡이 줄을 서 있을 뿐입니다.

이 글자들은 글쓴이가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나타내기 위해 나열한 기호에 불과하지요. 이 기호를 해석하여 의미를 재구성하는 일은 오로지 독자의 몫입니다.

책 속에 의미의 산책로가 미리 뚫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독자가 책을 읽으며 온갖 지식을 동원하고 생각을 궁굴려서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글읽기는 연출행위입니다.

한 줄 한 줄 글자 속을 뒤지면서 그 속에 숨어 있는 생각의 자갈길, 난해한 풀숲 속으로 흐르는 냇물 소리, 느낌의 하늘가로 떠가는 구름 조각 등을 하나 하나 살려내고 조립하여 새로운 세계를 구성해내는 일입니다.

따라서 독자는 글을 읽는 동안 스스로 감독이자 카메라기사이자 음향효과팀장이자 편집자가 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연출행위 중에서 가장 어렵고 힘든 연출이 바로 시를 해독하여 연출하는 일이지요.

얼마 전 서울에서 젊은 시인들이 모여 〈시 읽기의 방식전〉을 열었다지요. 시는 단순히 읽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형식으로 보여질 수도 있다는 실험이 이루어진 무대랍니다.

"모든 구멍이 총구로 보여요/이 구멍도/저 구멍도/귓구멍 콧구멍 눈구멍도 총구로/보여요 제발 말하지 마세요/당신이 입을 열면 총알이/튀어나올 것 같단 말예요/뭐라구요/모든 구멍에서 총알이/튀어나올 것 같은 조짐…". 상상해 보십시오. 조명이 완전히 꺼져 무대와 객석, 낭송자와 관람객을 모두 삼켜버린 캄캄한 어둠 속에서 차창룡 시인이 〈무서워요〉라는 이 시를 떨리는 목소리로 들려주는 상황을. 또 무대 위에 데리고 나온 개와 함께 개밥그릇에 얼굴을 묻고 음식을 나눠먹는 연기를 곁들이며 시를 낭송하는 장면과, 시집을 쭉쭉 찢어서 관객에게 나눠주는 장면들을….

새로운 읽기 방식을 모색한 실험들이지만 이들이 표방하는 〈온몸으로 시 읽기〉는 교실의 시 수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봅니다.

다음은 〈부엉이〉라는 전래동요입니다.

"떡해 먹자 부엉/양식 없다 부엉/걱정 말게 부엉/꿔다 하지 부엉/언제 갚지 부엉/갈에 갚지 부엉". 이 동요를 아이들에게 읽힐 때, 과학실에 있는 부엉이 박제라도 교탁 위에 갖다놓고 바람 소리를 배경 음향으로 들려주면서, 또 행마다 나오는 부엉이 소리를 여러 번 되풀이하여 〈떡해 먹자 부엉-부엉-부엉/양식 없다 부엉-부엉-부엉〉하는 식으로 전체 학생들이 함께 부엉이처럼 울어보도록 하는 등의 연출은 어떨까요. 분명 아이들은 이 동요 속의 하늘로 즐겁게 날아오를 것입니다.

김동국(아동문학가.문성초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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