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탁 트인 바다...뻥 뚫린 가슴

가을은 정말 스쳐 지나가는 계절인가 보다. 가로수들이 하루가 다르게 잎을 떨구더니 또 다른 계절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로 분주하다. 문득 달력을 보니 입동이 지났다. 저만치 가는 가을, 가는 계절이 아쉬워지면 철지난 바닷가로 달려가 보자.

수험생을 둔 부모라면 이제 수능을 끝내고 한 숨을 돌릴 수 있는 시기. 수험생과 함께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고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시킬 수 있는 동해로 가보자. 그동안 책상에서만 맴돌다, 회색빛 도심에서 시달리다가 확 터인 바다를 본다면, 더욱이 해가 떠오르는 동해 바다를 본다면 가슴이 뻥 뚫릴 것 같다.

동해안 해안도로를 달려본다. 늦가을 햇빛에 물든 바다를 보며 달리는 드라이브 길, 부산에서 시작해 강원 고성까지 연결되는 7번국도는 곳곳에 가을의 정취가 아직 남아 있다. 곳곳에 학꽁치를 낚으려는 바다 낚시꾼들의 모습이 보이고 철지난 백사장과 갯바위에는 갈매기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 국도의 중간에 영덕이 위치한다.

이 해안도로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은 '강축도로'. 7번국도에서 빠져나와 강구항과 축산항을 잇는, 굽이굽이 해안선을 따라 펼쳐진 918번 지방도로의 또 다른 이름이다. 지난 70년 2군사령부의 지원으로 건설된 이 도로는 TV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가 영덕을 배경으로 방영되면서 관광객이 급증하기 시작해 지금은 영덕대게와 함께 영덕의 가장 큰 관광자원이다. 지난

9월 영덕군에서는 이 도로를 '영덕대게로'로 명칭을 바꾸고 영덕대게와 함께 군의 관광명소로 만들어 가고 있다.

강구항으로 들어서자 몇 년 전과 완전히 딴판이다. 그동안 해안도로에 즐비하던 많은 대게식당들이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었다. 항구 바로 앞에 있는 좌판은 여전하지만 3년전부터 20여개의 점포들이 융자를 받아 수족관을 신형으로 바꾸고 리모델링을 해 휘황찬란한 단지를 형성하고 있다.

강구항의 번잡함을 뒤로 하고 해안도로에 오른다. 해안도로는 바다와 거의 붙어서 달린다.

오른쪽으로 푸른 늦가을 바다가 끝없이 펼쳐지고 차창 바로 옆에는 갯바위가 손에 닿을 듯 있다. 가끔씩 큰 파도라도 칠라치면 창문안으로 소금냄새가 가득한 파도가 쏠려 들어올 듯 싶다.

해안도로를 달리다 보면 간간히 만나는 작은 포구들, 그 포구를 중심으로 동해안은 삶의 활력이 넘친다. 양지 바른 곳에는 어민들이 피데기 건조를 위해 오징어를 말리고 있고, 그물 손질에 바쁜 일손을 재촉한다. 생선을 말리는 건조대가 도로의 갓길을 점령하고 있다. 짠 바닷바람과 비릿한 오징어 냄새가 뒤섞여 차안으로 들어온다.

갈매기들이 해변과 마을을 뒤덮는 금진포구를 지나면 길은 바다옆으로만 달리는게 아니라 아래 위로 달리며 바다와 멀어진다. 갑자기 솟구친 해안절벽위에 무인등대가 있고 그 옆에 전망대가 설치돼 있다. 가로막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탁 트인 바다. 그 위로 고깃배가 한가롭게 떠다닌다.

강구항에서 축산방향으로 달리다 보면(9.8km) 대탄리 삿갓봉 아래 언덕에 '영덕해맞이공원'이 나타난다. 몇 해전 동해안을 휩쓴 산불로 민둥산이 된 삿갓봉. 영덕군에서는 이 참에 국토공원화 사업을 벌여 이 일대 34ha에 해변공원을 만들었다. 절벽밑에 있던 군 초소도 이전하고 3백여m에 이르는 해안도로에 야생꽃 2만 3천여 포기와 꽃나무 9백여 그루를 심고 1천 5백여개의 나무계단을 만들어 해안도로와 바닷가까지 얼기설기 엮어 멋진 산책로를 만들어 놓았다. 산책로 중간 중간에는 해돋이 전망대를 설치해 동해바다를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

해맞이 공원의 언덕에 있는 '창포말등대'. 지난 84년 만들어 진 무인등대로 등대속을 볼 수도 있게 개방돼 있다. 연녹색과 푸른색이 교차하는 동해바다를 배경으로 서있는 하얀 등대.

그 밑으로 나무계단을 따라 갯바위까지 내려가면 바위에 부딪히는 파도소리가 바닷바람에 우는 갈대와 어우러져 묘한 앙상블을 이룬다.

해변공원 한 중간에는 성인키의 두배 가까이 되는 높이의 갈대밭이 조성돼 있다. 동해바다에 가까이 이렇게 갈대밭이 조성된 곳은 구경하기가 어렵다. 가는 가을을 아쉬어 동해로 나섰더니 이곳의 가을은 아직 한창이다. 삿갓봉에는 머지 않아 풍력발전소가 들어서고 대탄항에는 어업체험기지가 들어설 계획이다. 삿갓봉을 오르는 임도가 나 있어 산위에서 등대를 바라보는 전망도 멋지다. 1백m 높이의 바람개비 24개가 들어서면 거센 바닷바람에 돌고 있는 바람개비와 창포말등대가 멋진 조화를 이룰 것 같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덕산 해수욕장에서 망양정에 이르는 울진 해안도로까지 달리며 바닷바람을 쐬고 오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취재수첩

◆11월부터 금어기가 풀리고 대게어획이 가능해 강구항에서는 대게찌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지금은 러시아산, 북한산, 일본산 등 수입 대게가 흔하다. 마리당 2만~5만원선.

영덕대게는 껍질이 얇고 육질이 좋아 살이 꽉찬 놈은 마리에 10만원선까지 한다. 홍게와의 구별은 배가 하얀놈이 영덕대게고 등까지 붉은 놈은 홍게로 보면 된다.

◆영덕에는 볼거리가 즐비하다. 인근에 국내 최초, 최대규모의 화석박물관인 경보화석박물관(054-732-8655), 산에서 동해의 일출을 볼 수 있는 칠보산 자연휴양림(054-732-1607), 옥같이 맑고 투명한 물이 흐르는 옥계계곡, 작은 안동으로 불리는 괴시리 전통마을 등을 둘러볼 수 있다.(영덕군청 문화관광과 054-730-6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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