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외과의도 수입해야 하나" ...전공의 미달

"외국에서 비싼 비용을 부담하고 수술을 받거나, 외과의사를 수입해 수술해야 할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내년도 전공의(레지던트) 정원을 채우지 못한 대학병원 외과 교수들이 심각한 '외과 기피' 현상과 이에 따른 수술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전문의와 함께 수술에 참여해야 할 전공의가 부족, 수술팀을 원활히 짜지 못해 수술 일정을 잡는데 어려움이 생겨나고 있으며 이같은 상황이 조금만 더 지속되면 수술 지연으로 인한 시민들의 피해도 없으리란 보장이 없다는 것.

경북대병원의 경우 내년도 전공의 모집에서 정원 6명인 외과가 미달됐고, 영남대병원 흉부외과(정원 1명)와 계명대 동산병원 흉부외과(정원 2명)에는 지원자가 1명도 없었다.

특히 심장이나 폐 수술을 주로 하는 흉부외과의 경우 전국 수련병원의 정원 66명 중 37명이 지원, 절반을 겨우 채운 형편이다.

흉부외과는 지난해에도 70명 정원인데 지원자가 34명으로 절반에 불과했다.

대학병원들은 외과 전공의 부족때문에 적어도 전공의 2, 3명이 투입되어야 할 수술팀을 원활히 구성하지 못해 수술 일정을 잡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로 인해 외과 전공의들의 진료 환경은 더욱 열악해지는 악순환도 생겨나고 있다.

유완식 경북대병원 외과 교수는 "수술 차질이 당장 발생하지는 않지만 그나마 부족한 전공의들이 수술을 더 많이 맡아야 하기 때문에 중노동은 피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또 이정철 영남대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올해 전공의 2명 중 1명이 수련과정이 힘들다며 다른 과로 옮겼고 내년에 수련할 전공의 지원자가 1명도 없다"며 "전문의가 된 후 전공을 살려서 개원을 하기가 힘든데다 힘든 수련과정에 비해 수술 수가가 턱없이 낮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외과 수술 수가의 경우 흉부 종양 제거수술은 66만원, 폐 절제술 57만원, 대동맥협착증 수술 70만원 등으로 쌍꺼풀 성형수술 수가와 비슷한 수준이다.

반면 의료사고에 대한 위험도는 훨씬 높다

이 때문에 개원한 외과, 흉부외과 전문의들의 진료영역은 비교적 수입이 좋은 대장.항문이나 하지정맥류, 다한증 수술 등에 편중되고 주택가의 상당수 외과는 수술보다 아예 내과, 소아과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실정이다.

병원에서 외과 전문의로 10년간 근무하다 최근 비만.미용 수술을 주로 하는 의원을 연 이모씨는 "외과의사로서 보람을 느끼며 열심히 수술했는데 막상 개원하니 할 수 있는 수술이 없었다"며 "외과에 전공의가 부족한 것은 수가가 열악한데다 힘들고 어려운 일을 꺼리는 세태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대학병원 외과 교수들은 "힘든 수련과정을 거쳐 전문의가 되더라도 수가가 미국의 10분의 1에 지나지 않고, 의료사고 위험도는 높아가고 있는데 누가 외과를 지원하겠느냐"며 "당장은 기존 의사들이 있어 버틸 수 있지만 향후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수 있는 만큼 어려운 수술을 할수록 진료비용을 높게 책정하는 등 수가현실화가 시급히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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