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 하는 오후

매운 계절의 채찍에 갈겨

마침내 북방으로 휩쓸려 오다.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

서릿발 칼날진 그 우에 서다.

어디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

이러매 눈감아 생각해 볼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이육사 '절정'

이육사 시인의 본명은 원록이다 .조선은행 대구지점 폭파사건에 연루되어 대구형무소에 투옥되었을 때 감방의 호수가 264호여서 육사(陸史)라는 호를 붙이게 되었다.

이 시는 가중되는 일제탄압의 극한 상황 속에서도 현실을 굳세게 견디어 냄으로써 조국의 광복을 기약하자는 의지가 담겨있다.

마지막 행에서 겨울은 조국의 수난을, 강철은 강력한 조국 광복 의지의 상징어이다.

강철로 된 무지개는 가혹한 일제탄압에 대한 순응과 굴복이 아닌, 강렬한 대결의지이며 강철같은 굳센 희망의, 투철한 저항의지를 비유하고 있다.

서정윤 (시인.영신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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