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표대결이냐 대타협이냐

국회 정치개혁특위의 선거법 개정안 처리를 두고 막판 진통이 심화되고 있다.

열린우리당에 막혀 야 3당의 단독 표결처리가 사실상 불투명한데다 여론마저 호의적이지 않아 26일 오후 예정된 4당 정개특위 간사 및 선거법소위 조율과정에서 극적 반전을 기대하기가 어려워 보인다.

여기다 열린우리당이 이른바 '박상천 게리맨더링(박 의원의 지역구인 전남 고흥 인구가 올 4월 이후 인구 하한선이 10만을 넘지 않아 인구 기준을 3월말로 둔 것)' 의혹을 제기, 민주당의 감정이 상한 것도 협상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앞서 국회 선거구획정위도 26일을 정치적 합의의 '데드라인'으로 제시했었다.

한나라당 홍사덕(洪思德) 원내총무는 "오늘 정개특위에서 표결처리를 주도하겠다"면서도 "만약 열린우리당이 대오각성 하겠다면 반성할 시간은 주겠다"고 말해 표결 쪽보다는 협상에 무게를 실었다.

당 핵심 당직자는 "선거법 개정안의 표결을 강행하기에는 여론의 부담이 너무 크다"고 우려했다

한나라당 소속인 목요상(睦堯相) 정개특위 위원장 등도 강행처리에 부정적인 것은 마찬가지다.

목 위원장은 25일 "물리력으로 저지한다면 이를 뚫고 표결처리를 강행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생각은 다르다.

'박상천 게리맨더링'의 비난이 쏟아지는 판에 잠자코 당할 수만은 없다는 판단에서다.

민주당 유용태(劉容泰) 원내대표는 "열린우리당이 자신들의 당리당략을 위해 여론을 호도하려 하는데 야 3당이 끌려가서야 되느냐"며 표결처리를 주장했다.

야 3당을 상대로 한 '선거법 개악' 여론몰이에 재미를 본 열린우리당은 더욱 강경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신기남(辛基南) 정개특위 간사는 "지역구 의원 동결은 변함없는 방침이며, 일고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상황이 복잡하게 전개되자 최병렬(崔秉烈) 한나라당 대표가 의원정수를 현행 273명으로 유지하는 대신 늘어난 지역구(16석) 만큼 비례대표를 줄이는 쪽으로 절충안을 제시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지역구 축소, 비례대표 증원'을 요구하는 시민단체가 반발했다.

이런 가운데 목 위원장이 25일 지역구(16석)와 비례대표(10석)를 동시에 늘려 의원정수를 299명으로 하자는 새로운 카드를 제시하고 나섰다.

지난 18일 열린우리당을 포함, 4당이 의원증원에 합의한 바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열린우리당과 시민단체가 선뜻 손을 들어줄 가능성은 현재로선 희박하다.

열린우리당의 이강래(李康來) 의원은 "현재 정치권 불신을 생각하면 의원정수를 늘리자는 것은 정상적인 사고가 아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한정합헌 결정에 따라 오는 31일이 지나면 현행 선거구가 위헌이 된다는 점에서 열린우리당이 무작정 버티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최 대표가 의원 정원 동결을 제안한 것이나 목 위원장이 비례대표 증원을 제안한 것이 절충점이 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또 여권 일각에서 대도시에 한해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되 나머지 지역은 현행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는 도시-농촌 복합형 선거구제 도입을 대안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져 정치개혁 협상에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을 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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