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도쿄시내 최대 번화가인 신주쿠 거리. 거리 곳곳의 건물마다 2005년 3월부터 나고야 부근에서 열리는 국제박람회가 불과 400여일 남았음을 알리는 전광판이 있었다.
'애(愛).지구전'이라는 애칭이 붙은 이 행사는 나고야 동부지역에 대규모 박람회장을 건설, 세계 각국 사람들을 불러올 예정.
나고야는 박람회 개최에 앞서 2005년 2월 일본내 최대 규모의 중부국제공항도 개항한다.
신칸센 개통 이후 넘버3 자리도 위협받았던 나고야가 이젠 일본을 넘어 세계를 향해 한 발씩 다가서고 있는 것이다.
◇세계 이벤트 유치
20년 이상 공무원 경력을 가진 나고야 시청 직원들은 지난 1981년을 잘 기억하고 있었다.
나고야가 세계 도시로 도약하기 위해 추진했던 1988년 하계올림픽 유치가 좌절됐던 때.
당시 도시계획과에서 올림픽 유치 작업을 했던 야쓰이 다카하루 나고야시 경제산업과장은 "나고야가 한 발 앞서 올림픽 유치를 준비했고 서울보다 여러가지 여건에서 앞서 나가고 있었지만 갑작스레 졌다"며 "예상밖의 일이었고 나고야로서는 세계도시로 향하는 길목에서 좌절, 시민들 전체가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나고야 시 관계자들은 당시가 위기상황이었다고 했다.
신칸센 개통 이후 도쿄 일극 집중이 심화, 나고야 시세가 요코하마에 추월당한데다 정부 차원에서 나고야를 배려해 올림픽 유치를 도왔지만 성사가 안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고야는 이에 실망하지 않고 또다른 국제 이벤트를 준비했다.
2005년 세계 박람회.
내년 3월25일부터 9월25일까지 열리는 이 행사에서는 자연과 인간이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을 보여줄 예정이다.
세계 각국에서 각 나라가 자랑하는 분야를 부스로 만들어 참여하고 나고야도 자랑거리를 준비한다
박람회장 전체 면적은 158ha. 지구시민촌으로 명명된 행사장엔 세계인들이 모여 자연과 인간에 대한 가치를 공유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나고야시에 따르면 이번 박람회는 자연미를 살린 시설외에 일본의 전자산업을 상징하는 초대형 화면 등 첨단기술도 뽐낼 계획. '세계 최초' '세계 최대'라는 명칭이 붙어도 손색이 없을만한 시설들이 공개된다고 나고야시는 밝혔다.
박람회 개최를 맞춰 나고야시는 자기(磁氣)부상식 경전철도 선보인다.
최초로 실용화된 교통수단. 나고야시와 박람회장간을 하루 220회 왕복하며 시속 100km의 속도를 자랑한다.
◇세계를 향한 하늘길
현재의 나고야 국제공항은 1952년 문을 열었다.
하지만 도심과 인접, 소음 등의 환경문제를 일으켜 밤에는 비행기가 뜰 수 없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다.
이에 따라 나고야시와 나고야시가 속해 있는 아이치현은 일본 산업의 중심지 중부지방에 국제공항 신설이 필요하다고 보고 1990년대 중반부터 준비에 착수, 1998년 5월 중부국제공항 설립을 담당할 '중부국제공항주식회사'를 세웠다.
공항은 나고야시 앞쪽의 바다를 메워 만들기로 했다.
470ha의 면적에 24시간 비행기가 뜨고 내릴 수 있는 체제와 장기리행 비행기가 뜨고 내릴 수 있는 3천500m짜리 활주로가 설계됐다.
공항 건설 소요비용으로 예상된 금액은 7천680억엔. 일본 중앙정부가 40%, 지방정부가 10%,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한 기업이 나머지 절반을 냈다.
제조업 기반 도시답게 많은 기업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참여하겠다며 나섰다.
결국 기업에게도 유리한 기반이기 때문이었다.
컨소시엄에는 961개 기업이 동참했다.
"공항을 만들어야한다는 계획이 입안, 입지가 결정되고 공사가 시작되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습니다.
어민들은 어장이 사라진다며 데모를 하는 등 예상외로 주민 반발도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역 기업의 염원이자 지역민들의 희망인 공항을 세우지 않을 수 없었죠. 이제 개항만 남은 단계입니다". 나고야시 관계자의 말이다.
지역 주민들이 쉽고 빠르게 외국으로 오갈 수 있는 길이 뚫렸지만 무엇보다 기대를 하는 쪽은 기업들이다.
나고야지역에 본사를 둔 도요타자동차, 덴소, 노리다케사, 스미토모 전장, 스즈키자동차, 야마하자동차, 엡슨은 물론, 미쯔비시, 산요, 샤프, 소니, 혼다자동차 등도 중부국제공항 개항을 기다리고 있다.
도요타자동차는 내년 2월 공항 개항에 맞춰 아예 도쿄에 있는 해외영업부 등의 기능을 나고야로 옮겨올 계획을 수립, 나고야 시내에 본사 건물 신축까지 하고 있다.
현재 나고야를 중심으로 한 일본 중부지역의 GDP수준은 8천410억달러 규모. 캐나다와 스페인 등을 능가하고 있으며 세계 7위 수준. 나고야는 중부국제공항 개항을 계기로 일본 최고의 생산도시는 물론, 세계 생산의 중심을 꿈꾸고 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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