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초점>외국인 근로자 "우린 노예가 아닙니다"

대구 달성군 논공의 한 섬유공장에서 일한 지 2개월된 스리랑카 산업연수생 ㄱ(33.여)씨와 ㄴ(32.여)씨는 최근 심한 인격 모독을 당했다. 회사 사장으로부터 피부색이 검다는 이유로 뜨거운 물과 냄비닦는 수세미로 손과 팔 등을 씻기는 수모를 당한 것. ㄱ씨는 "사장이 피부 색깔이 검다며 무시하고 폭행까지 했다"며 "관리업체에 하소연하며 업체를 바꿔줄 것을 요구했지만, 참지 않으면 스리랑카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ㄴ씨도 다시는 기억하기 싫은 수모를 당했다. PVC파이프로 때리려 하는 사장을 피해 도망가다 회사의 다른 직원에게 잡혀 머리 등을 맞았다는 것. 또 그 직원이 100m를 기어가게 하는 체벌까지 가해 일주일 동안 이 같은 수모를 당할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는 "한국에 일하러 온 근로자이지 노예가 아니다"며 울부 짖었다.

17일 대구외국인 노동상담소에는 분노에 가득찬 외국인 근로자들의 목소리가 울러퍼졌다.

불법 외국인노동자들에 대한 단속 수위가 높아진 이후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한 사업주나 한국인 직원들로부터 성추행이나 폭행을 당하는 외국인 근로자가 잇따르면서 피해를 당한 외국인 근로자들이 '인권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진 것.

민주노총 대구지부와 성서공단 노조 이주사업부, 대구여성회 등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가진 이날 회견에서는 '추한 한국인'의 모습이 잇따라 고발됐다.

수시로 빰을 때리고, 야근때마다 자신을 끌어안고 가슴을 만지는 한국인 직원들 때문에 눈물로 밤을 지샌다는 ㄷ(26.여)씨와 작업복을 늦게 입었다는 이유로 지난 11월 폭행을 당한뒤 계속 피를 토하고 있는 스리랑카 출신 ㄷ(28)씨 등.

대구외국인노동상담소 김동현 목사는 "지난해 접수된 성추행.폭행 등 상담 건수는 20여건이지만 외국인 근로자 대부분이 자신의 처지때문에 참고 지내는 것을 감안하면 신고 건수는 전체의 10%도 되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정부의 불법 체류자 강제 추방이 실시된 지난해 11월 이후 피해 상담이 잇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외국인노동상담소는 이날 회견에 참가한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외국인근로자를 폭행하거나 성추행한 사업주와 한국인 직원을 고발할 계획이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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