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미국이민이 지난 해로 100주년을 맞았다.
초기 이민자들의 눈물겨운 희생을 거쳐 그들은 이제 미국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미국에는 30만명 이상의 불법체류 한국인들이 있다.
미국사회의 밑바닥에서 온갖 허드렛일들을 하고 출입국 직원들의 눈을 피해다니면서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이들에겐 희망이 있다.
미국 정부가 주기적으로 불법체류자들을 합법화시켜주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어떠한가? 4년 이상 숙련된, 그리고 언어 소통도 원활한 이주노동자들 10만 명에게 벌써 17차례나 떠나라고 강요했다.
고용허가제 시행을 앞두고 정부의 강력한 단속으로 벌써 8명의 이주노동자들이 목숨을 끊었고, 마음 약한 이들은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어떤 이는 공항에서 돈을 뿌리는 등 정신착란적 행동을 하고 떠났다.
대구를 비롯 전국 9곳에서 500여 명의 이주노동자들이 두 달이 넘도록 농성을 벌이고 있다.
비닐 포장하나에 몸을 의지한채 팔뚝을 서로 걸고 잡혀가지 않으려 필사적인 몸부림을 치고 있다.
이들의 울부짖음을 우리 정부는 묵살하고 있다.
이들을 따뜻하게 대해주는 고용주들도 적지 않지만 일부 노동현장에서는 인권 유린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검은 피부를 희게 만들어 준다며 뜨거운 물을 손등에 붙고 철수세미로 빡빡 밀어 상처를 입히는가 하면 본국을 통해 항의한다는 이유로 공장바닥을 맨손으로 기게하고 힘들어 일어나면 발로 차 쓰러지게 했다.
무릎으로 100m 정도를 기어다니는 체벌을 일주일씩 강요하나하면 더운 나라에서 반소매로만 살아온 그들이 소매와 목이 있는 작업복을 입지 않는다는 이유로 각목으로 패고 가슴을 발로 차 피를 토하게도 했다.
다름아닌 인종차별과 노예훈련의 과정이다.
프랑스 파리의 국제인권연맹(FIDH)과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세계고문방지기구(OMCT)가 지난 12일 한국정부가 이주노동자운동을 주도한 비루씨와 자밀씨를 강제추방한 데 항의하는 서한을 보내왔다.
이 단체들은 또 항의 캠페인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사회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우리 정부가 숙련된 이주노동자들을 강제 귀국시키려는 이유는 이들의 장기 체류가 결혼, 출산, 교육 등의 사회문제를 파생케 한다는 것이다.
말은 세계화를 부르짖지만 단일민족 가치관에 사로잡혀 있는 모순을 보여준다.
우리 사회 일부 구성원들은 2세 만큼은 미국시민으로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부른 배를 안고 비행기에 오른다.
반면 희망을 안고 이 땅에 온 이주노동자들에게는 가혹하게 대한다.
훗날 그들의 자녀가 우리 부모들이 한국에서 험악한 세월을 보냈다 라는 씁쓰레한 뒷이야기를 듣게 될까 두렵다.
더불어 사는 세상을 이루어가는 이 한해가 됐으면 싶다.
김경태 대구외국인노동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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