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테디베어 한달 8마리 척척" 대구일중 이병준군

"어렸을 때부터 인형을 좋아했어요. 직접 바느질을 해 인형이 한개씩 나오는 걸 보면 정말 신기해요".

기다란 바늘을 들고 곰인형의 팔을 연결하고 있는 이병준(14·대구일중 1년) 학생. 크리스마스나 화이트데이 등을 앞두고 여자친구에게 인형을 선물하기 위해 테디베어를 배우는 남자 대학생은 있어도 병준이처럼 꾸준하게 바느질을 하고 있는 남학생은 보기 드물다.

병준이는 겨울방학이 신나기만 하다.

하루종일 곰인형을 만들며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낮 12시쯤 점심시간이 되면 병준이는 어김없이 테디베어 전문점으로 향한다.

아줌마, 누나들 틈에 끼어 인형을 만들다가 오후 8시가 넘어야 집으로 간다.

점심, 저녁식사도 아줌마, 누나들이 사온 음식을 나눠 먹으며 자리에서 뜰줄 모른다.

"고 3 졸업반 누나가 있지만 바빠서 같이 놀 시간도 없어요".

병준이가 한달동안 만든 곰인형은 자그마치 8개나 된다.

손이 느린 사람은 만드는데 6개월씩 걸릴 수도 있는 양이다.

털이 북실북실한 재키베어, 분홍빛 하니베어, 톰베어, 가방에 다는 액세서리 등 그동안 만든 테디베어들은 병준이의 책상에 가득 쌓여있다.

"나만의 애정을 쏟아 정성들여 만든 인형이어서 더 애착이 가는 것 같아요. 테디베어들이 책상 위에서 항상 나를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져요".

집에서도 TV를 보는 등 틈날 때마다 인형을 만드는 병준이는 생전 처음 해보는 바느질이지만 만드는 재미가 크다고 했다.

처음엔 반대하다가 방학동안만 배워보라고 허락한 어머니께는 커다란 짱구베개를 만들어 선물했다.

하지만 다른 인형들은 친구들에게조차 선물할 엄두가 나지 않는단다.

너무 정성들여 만들어 선물할 마음이 들지 않을 정도로 소중한 인형들이기 때문이다.

해맑은 얼굴로 한땀 한땀 정성들여 바느질을 해 만든 인형들은 병준이의 모습을 쏙 빼닮은 것 같았다.

김영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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