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서청원(徐淸源) 전 대표가 정치생명의 기로에 섰다.
지난 11대 총선에서 민한당 후보로 당선, 서울에서 5선을 했고 제1야당의 대표까지 지낸 거물정치인이지만 한화그룹으로부터 10억원대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됨으로써 정계입문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그는 김영삼(金泳三) 대통령의 총재 비서실장을 역임하는 등 YS의 두터운 신임을 받아 문민정부 출범 이후 정무1장관과 원내총무, 사무총장 등 요직을 역임했으며 이회창(李會昌) 총재 시절에는 당내 서열 2위를 차지하면서 '포스트 昌'까지 노릴 만큼 탄탄한 정치적 입지를 자랑했었다.
그러나 대선패배 후 '책임론'에 휘말리며 대표직을 중도사퇴했고 대표 경선에서 최병렬(崔秉烈) 대표에게 패배하면서 비주류로 처지가 바뀌었다.
17대 총선후보자 공천을 위한 당무감사 결과 유출파문 이후 최 대표에 대한 저항세력의 집결을 통한 재기를 노렸으나 결국 불법 정치자금이라는 복병을 만나 정치를 접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그의 이같은 처지를 반영하듯 한나라당은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서 전 대표에 대한 소환 사실이 알려진 이후 검찰에 출두할 때까지 한나라당 지도부의 반응은 이상하리만큼 냉랭했다.
26일 상임운영위원회에서 이상득(李相得) 총장이 "불행하고 안타까운 일이지만 수사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한 것이 전부였다.
특히 김영일 전 사무총장이 구속될 때 "방탄국회를 열어서라도 보호하고 싶다"는 태도를 보였던 최 대표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서 전 대표의 검찰 소환방침이 알려진 이후 26일 상임운영위원회에서 임태희(任太熙) 비서실장에게 "서 전 대표가 몇시에 출두하느냐"고 물은 것이 고작이었다고 한다.
지도부가 이같은 미온적 대응으로 일관하자 당내에서는 이런저런 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도부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은 최 대표와 서 전 대표의 불편한 관계가 반영된 것"이며 "최 대표가 서 전 대표의 정계퇴출을 은근히 바라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소리도 나왔다.
서 전 대표의 측근들도 "이 기회에 눈엣가시같은 서 전 대표를 끝장내려는 듯한 인상마저 든다"며 최 대표의 침묵을 성토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한나라당은 부랴부랴 박진(朴振) 대변인 명의로 "야당만 흠집내려는 편파표적 수사로 판명되면 강력 대응할 것"이라는 공식 논평을 냈지만 지도부의 진심은 아닌 것 같다는 것이 당내외의 일치된 평가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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