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실미도'

사람들이 쓰는 욕설을 분류하면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하나님을 들먹이는 신성형 욕이고, 둘째는 개니 소니 하는 동물형 욕, 셋째는 성과 관련된 상간(相姦)형 욕이다.

우리나라 욕에는 이외에도 형벌이나 병과 관련된 것들이 많다.

우라질 놈, 경을 칠 놈, 오살(五殺)할 놈, 육시(戮屍)할 놈 등이 형벌형 욕이다.

후자의 질병형 욕으로는 염병(染病)할 놈, 간에 옴 붙을 놈 등이 있다.

▲어느 사회나 불평불만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다만 동서양이 불평불만을 처리하는 방식은 달랐다.

서양사회는 계약과 법률을 발달시켜 욕설을 사회제도 안으로 수렴해들였다.

반면 불문율 사회인 동양에서는 불평불만을 털어 낼 공식적 창구가 마땅치 않았다.

억울함과 한이 담긴 응어리를 시원한 욕 한 소리로 삭일 수밖에 없었다.

욕이 계약과 법률을 대신한 셈이다.

▲그런 전통 때문일까. 우리나라의 '토착 명사'들 중에는 욕 잘하는 사람들이 많다.

예쁘고 곱게만 생각하는 춘향도 실은 대단한 욕쟁이라고 한다.

글을 쓴 사람이 그렇게 썼겠지만. 수많은 법어를 남긴 성철 스님도 알아주는 욕쟁이의 한 분이다.

보살들을 욕할 때는 저 분이 진짜 수도승인가 할 정도로 입이 걸다.

'화엄경'을 거꾸로 외울 만큼 불교교리에 해박했다는 춘성 스님(1891∼1977)에게는 그 보다 더한 일화가 있다.

어떤 일로 파출소에 잡혀간 스님에게 경찰이 주소를 묻자 "우리 엄마 ××"라고 대답했고, 본적을 물으니 "우리 아버지 ×대가리"라고 대답했다는 이야기다.

타계한 박동진 명창 또한 욕에는 일가견이 있는 분이다.

판소리 한 대목에서 서슬 푸른 대통령에게까지 욕설을 던져 주위를 경악시켰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근년 들어 한국영화들의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지난 1999년 개봉된 쉬리는 597만의 관객을 동원해 한국영화의 신기원을 열었다.

이어 JSA(2000년)가 583만, 친구(2001년)가 818만, 가문의 영광(2002년)이 505만, 살인의 추억(2003년)이 510만을 기록했다.

지난 12월 개봉된 실미도는 한국영화계에 기름을 끼얹었다.

개봉 27일만에 600만을 돌파해 친구의 최고기록은 물론 1천만 관객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움이 남는다.

욕설 때문이다.

현실보다 더한 욕들이 화면에 넘쳐나 같이 간 아내나 연인의 얼굴 보기가 민망할 정도다.

전 국민을 욕 교육의 대상으로 하는 것 같아 머리털이 쭈뼛 선다.

돌이켜 생각하면 그것은 천박한 우리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그런 영화를 보고 자기정화를 해야할 만큼 우리는 황폐하고 일그러져 있다.

10년 동안 국민소득 2만 달러의 벽을 넘지 못하는 이유가 아닐까.

박진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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