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간판 내걸 데가 있어야..."

최근 한국영화 대작들의 흥행열풍이 극장가를 휩쓸면서 국내외 작은 영화들이 스크린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소수의 한국영화들이 스크린을 대거 점령하는 바람에 평단과 관객들의 반응이 좋았던 영화가 일찍 간판을 내리거나 개봉 예정작들이 스크린 확보에 애를 먹고 있는 것.

9일 현재 '실미도', '말죽거리 잔혹사', '태극기 휘날리며' 등 세 작품이 차지한 전국 스크린 수는 700여 개. 전체 1천271개 스크린의 60%가 넘는 수치다.

이 공식을 대구지역 극장가에 대입하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대구시내 65개 스크린 가운데 이들 작품이 전체의 75%인 49개 스크린을 점령했다.

결국 이들 작품들의 무차별적인 '땅따먹기'식 경쟁으로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도 1주일을 넘기지 못하는 작품들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30일 나란히 개봉한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영화 '자토이치'와 '곰이 되고 싶어요'는 개봉 6일만에 대부분의 극장에서 사라졌다.

특히 베를린영화제에서 은곰상을 수상, 국내외 평론가들의 찬사를 받았던 프랑수와 오종 감독의 '8명의 여인들'은 당초 13일 개봉 예정이었으나, 스크린을 확보하지 못하는 바람에 관객들과의 만남을 27일로 미루게 됐다.

이에 대해 대경대 장진호 교수(연극영화방송학부)는 "막강한 배급권을 가진 국내 소수 배급사들의 지나친 상업주의 여파로 다양한 장르의 영화 감상이라는 관객들의 선택권을 박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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