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기진의 스포츠과학-(上)시차 개념과 경기력

이란과의 경기를 대비하는 한국 올림픽축구대표팀에게.

오는 17일 이란전은 1승을 거둔 대표팀에게 아테네행 비행기 티켓의 절반이 걸린 중요한 경기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만반의 준비를 잘 하겠지만 고지 원정경기에 따른 시차 적응에 도움이 될 만한 몇 가지를 제안한다.

시차의 개념과 경기력

운동선수들은 해외원정경기 때 시간 차이에 따른 일주기리듬(Circadian Rhythm)의 혼란으로 충분한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일주기리듬은 약 24시간을 주기로 체온, 수면, 호르몬활동 등과 같은 생리적 기능과 관련해 일정하게 유지되는 인간기능의 시계에 해당한다.

동서의 시간대가 다른 지역(시차를 가진 지역)으로 빠른 속도로 횡단할 경우 외부의 환경적인 주기와 일주기리듬이 차이를 보이면서 신체적 기능은 혼란을 일으키며 이로 인해 피로현상이 나타난다.

굳이 해외원정을 가지 않더라도 수면부족, 활동시간대의 변화, 여성이 피임약을 복용하는 경우 등은 일주기리듬의 혼란을 가져오기 때문에 비슷한 현상의 피로가 발생한다.

이러한 피로현상은 배를 타고 이동하는 것과 같이 느린 속도로 이동할 경우에는 거의 발생하지 않으며 제트기와 같이 빠른 속도로 이동할 경우 발생하기 때문에 '제트 피로(Jet lag)'라고도 불린다.

즉, 새로운 시간대에 도착하면 현지 시각에 시계를 맞추는 것처럼 인체기능도 그곳에서의 일주기리듬에 맞추기 위해 혼란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새로운 환경에 대한 일주기리듬을 맞추기까지 발생하는 시차피로의 일반적인 현상은 수면, 소화, 정신, 체력 등의 현저한 기능저하를 나타내며 두통, 심리적 불안, 감각장애 등을 보이기도 한다. 따라서 시차피로가 발생하는 기간 중에는 경기력도 현저하게 떨어진다.

1983년 미국 스포츠생리학자 라이트 등 환경생리연구팀의 연구 결과 레슬링 및 장거리선수들이 5~6시간의 시차지역을 이동했을 때 근력 및 지구력이 현저하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은 누구나 이러한 시차피로를 경험했을 것이다.

해외원정경기를 할 때 동서의 이동 중 서쪽보다 동쪽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시차에 따른 피로현상이 더욱 심해지는데 그 이유는 인체가 가지고 있는 일주기리듬이 24시간보다 약간 길어 시간이 길어지는 서쪽 방향으로는 적응이 보다 쉽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시차피로는 1~2시간대의 차이에서는 거의 발생하지 않으며 3시간 이상의 시차를 나타내는 지역에서 발생하기 시작한다.

시차에 대한 적응기간은 수면을 비롯한 각각의 생리적 기능에 따라서 차이를 나타내는데, 3시간의 시차지역에서 수면리듬은 2~5일, 심박수리듬은 3~4일, 협응력은 3~6일이 요구된다.

전체적인 시차적응은 1시간당 1일이 요구되므로 3시간의 시차지역에서 경기가 열리면 최소한 3일전에 현지에 도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스포츠과학자들은 해외원정 경기를 준비하는 대표선수들에게 시차극복을 위한 과학적인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테헤란의 경우 약 5시간의 시차를 가지기 때문에 4, 5일 전에 도착해야 하지만, 중간에 쿤밍을 거쳐서 가기 때문에 적응기간은 하루 정도 줄어들 수 있다. 올림픽대표팀이 3, 4일전에 테헤란에 도착할 예정으로 있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계명대 체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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