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우먼...남편하기 달렸다"
한주희(광고기획 '아침' 대표)씨는 이른바 '푹 퍼질 뻔한 아줌마'에서 '빠릿빠릿'한 아줌마로 변신한 사람이다.
결혼 당시만 해도 그는 수줍음 많고 말수가 적었다.
사람 앞에 나서는 일도 극도로 꺼렸다.
심지어 사소한 은행업무도 혼자 감당하지 못했다.
결혼 후 3년 동안 자기 월급을 남편에게 맡기고 용돈을 타 썼다.
남편한테 장볼 돈을 받아서 시장에 다녔을 정도였다.
소심한 월급쟁이였던 한씨는 3년 전 '잘 나가는' 광고 기획사 대표로 변신했다.
월급쟁이 디자이너 시절과 달리 광고 기획사 대표가 해야 할 일은 많다.
입찰경쟁, 각종 회의와 협의 등 광고제작의 모든 과정을 주도하고 관리해야 한다.
은행업무도 제대로 해낼 수 없었던 사람이 어떻게 복잡하고 머리 아픈 광고기획사를 이끌어갈 수 있을까. 그녀의 변신엔 남편 노지훈(건설회사원)씨의 이른바 '지도와 편달'이 있었다.
"결혼 후엔 회사 그만 두고 쉬었어요. 화목하고 조용한 가정이 제 꿈이었거든요. 출산.육아.집안 일도 생각만큼 만만치 않았고요. 그런데 남편이 광고 디자인에 필요한 장비를 마련해 주더군요. 장비값만 대략 800만원쯤 될 거예요. 취미생활 겸 디자인을 계속하라는 것이었죠". 남편 노씨의 '지도편달'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갖가지 모임을 소개하고 참석할 것을 권유했다.
이런저런 모임에 직접 데려가기도 했다.
차츰 사람들도 많이 알게되고 3년 전 광고기획사를 열어야 할 만큼 일감도 늘었다.
실력이야 원래 있었으니 걱정할 것은 없었다.
"남편이 끊임없이 저를 채찍질했어요. 공부도 더 하게 하고, 사람도 더 만나게 하고, 그러다 보니 광고의뢰가 자꾸 늘어났죠. 밤샘 작업 땐 남편이 같이 밤을 새 준 적도 많아요. 여자가 하기 힘든 일은 직접 소매를 걷어붙이고 도와 주었고요". 한씨는 남편의 외조가 없었다면 '푹 퍼진 아줌마'가 됐을 것이라고 말한다.
경북여정보고 과학교사 이영미씨는 바쁜 사람이다.
'기다리는 부모가 아이를 변화시킨다' '작은 친절' 등 4권의 책을 썼다.
곧 두 권을 더 출간할 예정이다.
일간지와 인터넷 다음(daum)에 칼럼도 연재한다.
또 다른 회사의 사외보에 육아에세이 코너도 맡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NGO '한국청년연합회'의 '좋은친구만들기'를 통해 보호관찰중인 아이와 1대1 결연을 맺고 있다.
텔레비전 책소개 프로그램에도 오랫동안 출연했다.
직업을 가진 주부가 이 많은 일을 척척 처리해낼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소문처럼 슈퍼우먼일까. 아니다.
그러나 그만의 비결은 있다.
"우선 남편의 지지와 이해가 있어요. 또 저는 일상과 일을 구분하지 않아요. 예를 들어 요리칼럼을 쓰기 위해 따로 요리하지는 않아요. 식사를 준비하다가 느낌이 오면 그대로 칼럼으로 옮기죠". 자투리 시간을 꼼꼼히 챙기고 엮어서 쓴다는 말이다.
현대증권 김천지점장인 남편 윤기규씨가 아내 이영미씨의 사회활동을 직접 챙기는 부분은 거의 없다.
다만 집안에서 작은 일을 챙겨준다.
그러나 이 작은 마음씀씀이가 커다란 사회적 성취로 나타난다.
남편의 가장 큰 지원은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기. 이영미씨 자신이 챙기지 못하는 부분을 남편이 알아서 척척 챙겨주니 바깥일에 매달려도 걱정이 없다고 말한다.
"지난 해 12월 원고를 탈고할 때 남편이 많이 도와주었어요. 탈고작업 외엔 손도 꼼짝할 수 없는 형편이었거든요. 밤늦게까지 일하고 자고 싶을 땐 언제든 그냥 잤어요. 몇 주 동안 남편이 챙겨주는 밥 먹고 간식 먹으며 일했어요. 아이들은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아빠와 함께 보냈어요". 남편 윤기규씨는 아내가 때때로 월급의 상당부분을 책값으로 써도 꾹 참아주는 보기 드문 남편이다.
남편의 이해와 도움을 얻어내는 이영미씨의 비법은 편지. 그는 꼭 하고 싶은 일, 새로 시작하는 일에 대해 남편에게 편지를 쓴다.
왜 그 일이 하고 싶은 지, 그리고 그 일을 해내기 위해 남편의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를 꼼꼼히 알리는 것이다.
남편의 이해폭이 그만큼 넓어진다.
경북여성정책 개발원 이영석 연구원은 남편의 외조에 대해 "아내의 일을 돕고 싶어도 여건이 따르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육아를 위한 탄력적 근무제운영, 가족을 위한 날 운영, 보육시설 질향상과 확대 등 보다 많은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두진기자 earf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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