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북비산네거리 신호등 밑에 두명의 여성 선거운동원이 횡단보도를 건너는 시민들에게 연신 절을 하고 있었다.
시민들은 무표정하게 횡단보도를 건넜다.
선거운동원에게 어깨띠조차 없어 어느 후보 쪽인지 알기 힘들었다.
목에 걸린 신분증에 깨알같은 글씨로 소속을 확인할 수 있을 뿐이었다.
탄핵 정국과 한나라당 전당대회로 선거판이 요동치고 있으나 민심은 차분해 보였다.
후보들은 몸도 마음도 모두 바쁘지만 시민들은 한가하게 오갔다.
서구는 한나라당 강재섭(姜在涉.56) 후보의 5선과 열린우리당 서중현(徐重鉉.52) 후보의 4전5기 여부가 최대 관심이다.
무소속 백승홍(白承弘.60) 후보 등 여타 후보의 선전 여부도 관전 포인트이다.
대권 도전의 꿈을 갖고 있는 강재섭 후보는 '대한민국 큰 정치'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당초 무소속 백 후보의 출마에 긴장했으나 한나라당 대 열린우리당의 양당 구도로 판세가 짜이면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실정을 비판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나의 상대는 열린우리당 서 후보가 아니라 노 대통령이라는 식이다.
강 후보측이 서 후보에게 전혀 신경쓰지 않는 것은 아니다.
4번이나 총선에 출마했다 떨어진 서 후보에 대한 동정표를 감안해 "감성적으로 접근해 국회에 들어간들 서구 발전을 위해 무슨 일을 하겠느냐"고 한 측근은 꼬집었다.
무소속을 고집하던 서 후보가 탄핵정국으로 열린우리당의 지지도가 오르자 막차를 탄 점도 주된 공격거리다.
열린우리당 서중현 후보는 체력과 뚝심을 믿고 있다.
한 측근은 "가두 유세를 다른 후보의 3배 정도는 할 계획"이라며 "16년간 오전 6시부터 밤 11시까지 서구의 골목 골목을 누빈 공이 헛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나라당 강 후보에 대해 서 후보는 "4번이나 당선시켜줬는데 서구를 위해 한 일이 뭐냐"는 공격을 하고 있다.
홍보물을 통해 "감언이설로 주민들을 현혹시켜 4번이나 당선되었지만 지역을 발전시킬 관심과 능력이 부족했다"는 직격탄도 날렸다.
대신 자신은 "준비된 후보"라며 서민 이미지 부각에 힘쓰고 있다.
무소속 백승홍 후보는 '큰 일꾼'임을 내세우며 강.서 후보 모두를 공격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강 후보에 대해 "국민을 외면한 '큰 정치'가 무슨 소용인가"라며 "나는 민생을 살피는 '작은 정치'를 하겠다"고 맞받았다.
서 후보를 겨냥해 "탄핵찬반에 휩쓸리면 나라의 미래도 대구의 미래도 없다"고 강조했다.
다소 수세인 백 후보가 기대는 마지막 카드는 '1인2표제'다.
1표는 정당에 투표하더라도 1표는 인물을 보고 일꾼에게 표를 던질 것이란 논리다.
민주당 김진수(金珍洙.49) 후보는 '서구의 새로운 희망'이란 캐치프레이즈로 표밭을 누비고 있다.
김 후보는 또 조순형(趙舜衡) 대표가 대구 수성갑에 출마해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몸을 던진 것도 강조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김기수(金基洙.41) 후보는 "서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며 '서민 대변자'임을 내세우고 있다.
김 후보측은 또 최근 민노당의 약진에 고무된 듯 "한나라당이 야당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며 "제대로된 야당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유일한 여성 후보인 무소속 임은경(林殷慶.39) 후보는 탁아, 수유 시설 확충 등 여성 공약으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또 6명의 후보 가운데 임 후보만 선관위 주최 방송 연설회에 참여하지 못하는 점에 대해 한 측근은 "불공평하다"며 "여론조사 지지도 5% 이하의 무소속이라도 TV토론회에서 뺐으면 방송 연설회 기회는 줘야한다"고 주장했다.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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