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국 거여도 문제지만 TK 한나라 싹쓸이는 더..."

"한나라당이 대구.경북(TK)에서 싹쓸이 하는 '사건'은 대구.경북을 망치므로 어떤 수를 쓰던 막아야 한다"는 TK 출신들의 '외침'이 추풍령을 넘나들고 있다.

탄핵풍(彈劾風)으로 대구.경북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열린우리당이 압승해 개헌선인 200석을 넘기는 거여(巨與)의 탄생도 바람직스럽지 않지만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의 TK 싹쓸이는 TK의 정치적, 사회적 고립화만 부를 뿐이라 더더욱 바람직스럽지 않다는 우려에서다.

법정선거운동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 1일까지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거여의 탄생은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최근 거여 견제심리와 '박풍(朴風)', '노풍(老風'이 수도권과 부산.경남(PK)으로 번지면서 한나라당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다.

하지만 비(非)영남권에서의 열린우리당에 대한 지지도도 공고해 개헌선인 200석 이상은 아니더라도 과반인 150석 확보는 무난해 보인다.

한나라당의 정당지지율이 열린우리당보다 높은 곳은 여전히 대구.경북뿐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대구.경북은 거꾸로 한나라당 싹쓸이 조짐이 나타나 대구.경북출신 출향인사들이 조바심을 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대구 출신의 한 검사는 "총선 결과를 예상하면 열린우리당의 노란색이 TK를 독식한 한나라당의 파란색을 포위하는 꼴이 될 것"이라며 "정치 실종과 타지에서 TK의 설자리를 잃게하는 최악의 구도"라고 우려했다.

경북 출신인 정보통신 회사 한 임원은 "거여도 문제지만 한나라당의 TK 싹쓸이는 더 큰 문제"라며 "TK에서 한나라당이 압승하더라도 TK를 위해 열린우리당 후보인 대구 동갑의 이강철(李康哲), 영주의 이영탁(李永鐸) 등 몇명이라도 최소한 당선시켜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구 출신의 정부 관계자는 "대구 동갑의 이강철마저 위험할 수 있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TK 출신들에게 비상이 걸린 것으로 안다"며 "민주당의 김중권을 떨어뜨리고 후회했다는 울진.봉화의 전철을 밟으면 큰 일이라는 게 대체적 의견"이라고 전했다.

TK 출신들이 이처럼 법석을 떨고 있는 것은 김영삼 정권과 김대중 정권 10년을 거치면서 정권과 연결할 수 있는 통로가 없는 데 대한 서러움을 절감했기 때문이라는 풀이다.

실제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김중권(金重權) 전 민주당 대표의 그늘은 컸다.

IMF 이후 김 전 대표가 도와준 대구.경북 기업이 400개에 이른다는 말도 나돌았다.

하지만 김 전 대표가 울진에서 낙선한 뒤 힘을 잃어 '민원'을 해결할 통로가 없어지는 바람에 공직자와 기업 관계자 등 각계가 뒤늦게 아쉬워했다.

이런 경험을 한 TK 출신들이 최근 싹쓸이 가능성을 전해듣고 '이강철과 이영탁 구하기'에 나섰다.

서울에서 친지나 지인들에게 전화로 지지를 호소하는 방식이다.

공기업 한 관계자는 "16대 때 '김중권 구하기' 분위기도 있었으나 정권과 멀어진지 10년 세월이어서인지 양이(兩李) 구하기 분위기가 더 강하다"며 "특히 권력 최측근인 이강철만은 살려야 한다는 절박감마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총선특별취재반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