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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대구경북 표심 과연 지역주의였나-(상)특정당 지지

17대 총선이 마무리되고 새 정치 시대의 개막에 대한 이야기가 정치권에서 만개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아직 대구.경북은 총선 후유증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 등에서 벌어지고 있는 치열한 공방의 주제는 신 지역주의 논쟁이다.

선거가 치러진 지난 15일 이후 매일신문에는 지역주의를 걱정하는 목소리와 '왜 대구.경북만 공격대상이 돼야 하느냐'는 등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매일신문과 대구시청의 인터넷 홈페이지에도 논쟁이 넘쳐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호남과 충청도 싹쓸인데 왜 대구.경북만 지역주의라는 오명을 한꺼번에 덮어 써야 하느냐'는 불만의 소리도 만만치 않다.

오히려 정당투표율을 보면 대구에서는 한나라당 62.1%, 열린우리당 22.3%, 민노당 11.6% 등의 분포를 이루고 있고, 경북에서도 한나라당 58.3%, 열린우리당 23%, 민노당 12%의 분포를 이루고 있어 상대적으로 '열린 마음'이라고 반박한다.

선거 당일 출구조사 결과 방송이 시작된 저녁 무렵부터 인터넷 상에서 일어나기 시작한 논쟁은 급기야 '대구.경북의 한나라당 싹쓸이 원인이 지역주의 때문'이라는 비판에서 시작돼 '대구.경북이 부패와 수구의 온상인 한나라당을 살렸다'는 '지역폄훼' 비판론까지 몰고오는 상황이다.

논쟁의 주체도 30, 40대와 50대 이상으로 나눠지고 주장의 전달 수단 역시 인터넷과 전화로 갈려 있어 지난 대선 이후 갈라진 우리 사회의 단면을 그대로 드러내주고 있다.

매일신문은 총선 이후 지역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신 지역주의 논쟁을 다양한 각도에서 심층 분석, 3차례에 걸쳐 싣는다.

▲대구.경북 표심에 대한 재평가

대구.경북 사람들은 호남만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하고 정치적으로 성숙된 지역인 반면 대구.경북은 박정희(朴正熙) 향수에서 아직 헤어나지 못하고 과거 지향적이라는 지적에 대해 강하게 불만을 표시하며 반발하고 있다.

이번 총선의 표심을 단순하게 박정희 향수의 변형으로 박근혜(朴槿惠) 바람이 몰아친 것이라는 해석에 대해서도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지역별로만 놓고 보면 어느 지역이든 문제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총선이 결과적으로 여야의 절묘한 균형 속에 마무리 지어졌다는 점에서 대구.경북의 역할론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라는 주장이다.

한 방향으로 너무 치우치는 것을 막고 좌우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균형추 역할을 대구.경북이 앞장서서 했다는 것이다.

대통령 권한대행인 고건(高建) 국무총리도 정당 국회의석 분포에 대해 "결과적으로 황금분할이 이뤄졌다"며 "여당에게는 안정적으로 (정책 등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되 '턱걸이'로 과반 의석을 만들어줬고, 견제세력에게는 견제할 수 있을 만한 힘을 줬다"고 말했다.

그 공로가 바로 대구.경북에 있다는 주장이다.

이념적으로도 좌향좌로만 흐르는 경향에 보수적 성향으로 제동을 걸어 어느 정도 중심을 잡도록 한 것 역시 대구.경북이라는 주장도 상당부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한 참여 정부 1년에 대한 평가 역시 지역 표심에 반영됐다고 보는 것이 순리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어차피 대선 이후 1년이 지나 치러진 선거인 만큼 노무현 대통령 집권 1년에 대한 평가가 반영된 것은 당연한 결과"라며 "경제 침체와 외교.안보, 대북.대미 상황 등에 대한 불만 역시 표로 반영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왜 대구.경북만 지역주의인가

지역 총선 결과를 지역주의 때문이라는 주장에 대한 반론으로 가장 많이 나오는 것이 대구.경북보다는 호남의 표쏠림 현상이 더 심각하다는 주장이다.

호남과 충청권 모두를 합쳐서 53개 선거구에서 한나라당 후보는 단 1명만 당선됐으며 정당투표에서 특히 호남은 한나라당에 광주가 1.8%, 전남이 2.9%, 전북이 3.4%를 주는데 그쳤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양 지역에서 서로 지역구 당선자는 배출하지 못했지만 대구.경북에서 열린우리당 정당 지지도가 20% 이상이었던 점과 비교하면 한나라당의 호남지역 비례대표 지지도와는 하늘과 땅 차이라는 것이다.

대구.경북지역 일각에서 일고 있는 반성론에 대해서도 이들은 못마땅하다는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더한 것은 오히려 호남인데 왜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비하할 필요가 있느냐는 주장이었다.

한나라당 당선자들도 이 대열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강재섭(姜在涉.대구서구) 의원은 "대구시민은 열린 마음으로 각 정당에 표를 나눠줬다.

지역주의로 매도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이어 "대구지역 열린우리당 후보들의 지지율은 20~30%대였다"며 "다른 지역에서, 특히 호남지역에서 한나라당 후보의 지지율은 1~3%였고, 나머지를 뿌리가 같은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나눠 가졌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목소리

정성진(鄭城鎭) 전 국민대총장은 "이번 선거에서 나타나는 대구.경북의 표쏠림 현상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보지 않으며 낭패라고도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 전 총장은 그 이유를 "표쏠림 현상이 강한 여당과 대거 등장할 진보세력에 대한 견제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보다 안정적인 나라, 보다 발전적인 나라를 바라는 대구.경북지역민들의 의지라고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 전 총장은 그러나 "다만 과거와 같은 차원의 지역성 표출에 계속 머물러서는 안된다"며 "또한 이번 선거를 통해 한나라당은 물론 지역민의 의식과 자세 전환도 필요하고 무조건 '싫다'는 감정적인 요인보다는 냉철하고 한단계 높은 차원에서 나라를 생각하고 지역을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재욱(崔在旭) 전 환경부장관은 "이번 선거에서는 지역주의가 오히려 대구경북에서 많이 줄어든 것으로 본다"며 "20%가 넘는 이들이 열린우리당에표를 준 반면 호남지역은 1.3%가 한나라당에 표를 줬다.

이런 점에서 대구.경북에서의 지역주의는 많이 약화됐다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최 전 장관은 특히 "이번 투표의 표심은 탄핵정국에 대한 대구.경북민들의 생각을 보여준 것 같다"며 "한나라당에 표를 줌으로써 탄핵 지지에 동의한다는 것을 보여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해석도 덧붙였다.

이병휴(李秉烋) 경북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역사.문화적 해석을 달았다.

이 교수는 "과거 단절된 지리적 환경 속에 있던 영남지역은 보수성이 상대적으로 더 강한데다 문화적 전통과 우수한 인재의 배출로 지역민들의 보수성이 더욱 강화됐다"며 "이런 기질을 존중하는 풍토마저 이어졌다"고 했다.

이 교수는 그러나 "과거 30년간 정권을 창출해 온 이 지역이 권력의 중심에서 벗어나고 단절된데 대한 상실감 등이 더욱 보수성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다른 지역을 배격하는 성향마저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총선은 보수성에 바탕을 둔 지역민의 기질이 너무 한 쪽으로 경도됐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동관기자 llddk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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