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검찰, 잇단 피의자 자살에 '위축'

'이인제 강제구인' 철회...'사태'에 촉각

검찰이 피의자 자살사태가 잇따르자 '강압수사'

의혹이 불거지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며 위축되는 기색이 역력했다.

대검 중수부는 29일 박태영 전남지사가 한강에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급보가 전해지자마자 자민련 이인제 의원에 대한 즉각적인 강제구인 계획을 철회했

다.

검찰로선 박 지사의 자살이라는 돌발상황이 일어난 상황에서 이 의원을 강제구

인하면서 몸싸움 등 물리적 충돌이 벌어질 경우 지나치게 강압적인 이미지를 보일

것을 우려한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대검 관계자는 "이 의원에 대한 체포 문제와 박 지사의 사망은 별개 문제"라고

전제, "현재까지 이 의원에 대한 체포를 시도한 적 없고 보다 신중하게 이 의원 신

병 문제를 처리하자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은 이날 오후 예정된 브리핑을 취소했다.

그간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장, 안상영 부산시장,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

부산지방국세청 공무원 전모씨 등이 검찰조사중 또는 조사를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연이은 자살사태에 검찰은 무거운 분위기속에 심각한 부담감을 토로하고 있다.

대검 한 간부는 "과거 일본에서 뇌물 스캔들에 연루된 관료들이 자살하는 일이

잦았는데 이런 일이 사회적 풍조로 자리잡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착잡하다"고 말

했다.

검찰은 총체적인 수사시스템을 한차례 점검하는 한편 사회 지도층 인사에 대해

조사를 할 때에는 다양한 측면에서 신경을 쓰도록 했다.

서울중앙지검 한 부장검사는 "수십년에 걸쳐 쌓아온 사회적 평판이 하루 아침에

무너지면서 느낀 자괴감과 수치심, 수감생활에 대한 두려움 등이 겹쳐 심리적 공황

사태에 빠지는 것 같다"며 "이런 일에는 조심스럽기만 하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검찰에서는 소환된 피의자가 정몽헌 회장의 자살을 언급하며 "유서를

써놓고 왔다"거나 "죽고싶다"고 말하는 방법으로 검찰수사를 압박하는 일이 비일비

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피의자들이 조사중 병 질환 등을 심각하게 호소하는 경우에도 강하게 밀어붙이

기 어렵다고 검찰 수사관은 호소했다.

검찰 간부는 "피의자 사망사건 이후 인권수사를 표명해온 검찰로서는 부담이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조사해봐야 알겠지만 수사에 무리가 없었다면 검찰이 피의

자들의 '도미노 자살' 때문에 누명을 쓰는 격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 법조인은 "일단은 박 지사가 수사에 대한 심적인 압박감을 못이겨 자살한 것

으로 보이지만 자살사건이 발생한 이상 검찰도 수사방식에 문제가 없었는지 점검하

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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