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좋아하는 어떤 사람이 말했다.
"말 많은 택시 운전기사, 특히 새로 개봉한 영화의 줄거리를 다 얘기해주는 기사분을 만나면 정말 난감하다"고 했다.
영화를 기다리던 관객에겐 짜증나는 '스포일러'인 셈이다.
'스포일러'는 '약탈자', '망쳐 버리는 사람'이란 뜻. 영화의 결정적인 장면을 누설해 감상 포인트를 흐려버리는 것을 말한다.
역대 최고의 스포일러는 '식스 센스'의 1t 트럭 운전자가 아닐까. 그는 영화관 앞에 줄서 기다리던 관객을 향해 "브루스 윌리스가 유령이다!"라고 외친 장본인이다.
최근 영화 '첫 키스만 50번째'는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린 여주인공이 매일 '식스 센스'를 본다는 설정으로, '스포일러'를 재미있게 뒤틀었다.
기자도 '반지의 제왕-왕의 귀환'을 소개하면서 소포일러성(?) 정보를 흘려 독자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은 적이 있다.
영화 게시판의 영화 소개 글에는 '스포일러 無', '스포일러 만땅' 등을 기재해 읽는 이들을 배려하는 추세다.
그러나 최근 TV의 영화가이드 프로그램의 '스포일러'는 도를 넘고 있다.
영화를 안 볼 시청자에게는 실감나는 정보가 되겠지만, 영화를 벼르고 있는 이들에겐 영상까지 보여주는 '멀티미디어적 스포일러'다.
장황하게 다 소개해 주고는 "결말은 극장에서 확인하시길"이라고 덧붙이는데, 사실 돈 주고 영화관에 가서 확인해 보고 싶은 맛이 떨어지는 경우가 잦다.
지난주엔 오는 13일 개봉하는 '빌킬 Vol. 2'의 스토리를 대부분 소개해 항의가 빗발쳤다.
복수의 화신 브라이드의 본명이 소개되는 중요한 대목이 노출됐고, 결투장면 등도 상세하게 소개됐다.
"저런 프로그램 보지 마세요…. 괜히 시간만 낭비죠…^^", "영화를 보라는 말인가 보지 말라는 말인가", "왕 짜증", "정말 어처구니 없음" 등 인터넷 영화게시판에는 항의의 글이 잇따랐다.
방송의 지나친 '스포일러'성 리뷰에 대해 영화 배급사는 난감해 하는 편. 몇 년 전 '진주만'의 경우 배급사가 예고편 외에는 방송을 하지 못하도록 요청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 '헐크'는 동영상을 구하지 못해 인터넷의 불법 캠버전(캠코더로 화면을 찍은 해적판)을 방송해 경악케 했다.
최근의 대형 블록버스터는 개봉 전 리뷰를 싣지 않도록 언론에 요청하는 경우가 잦다.
인터넷의 경우 거의 무방비 상태라 아예 시사회 자체를 늦추는 추세다.
'태극기 휘날리며'도 막판 시사회를 통해 무절제한 '스포일러'를 막았다.
'스포일러'는 '약탈자'란 원뜻처럼 거의 범죄자 대우를 받는다.
하긴 입장료도 입장료지만, 맛있는 밥에 초를 치는 일이니 당하는 쪽에서는 당연한 일이다.
김중기 기자 filmt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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