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과학칼럼-공동연구의 필요성

2년 전 한국 과학기술부 장관과 스위스 과학기술청장이 주재하는 공식 행사(스위스 베른)에 참석한 적이 있다.

그 자리에서 스위스 과학기술청장은 한국과의 국제 공동연구의 필요성을 크게 강조하였다.

이유인즉, 인구 7백만의 작은 나라인 스위스는 인구 및 경제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모든 과학기술 분야에 투자를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스위스 정부차원에서 한국을 포함하여 세계 여러 나라들과의 국제 공동 연구를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공동 연구를 함으로써 기술 개발에 필요한 경비를 절감할 수 있고, 상호 우수 연구 집단과의 선택적 교류를 통해 부가가치가 높은 기술개발을 성취하며, 여러 나라와의 협력을 통해 기술이 상품화될 때 시장 개척에 유리한 고지를 얻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

세계적으로 부유한 국가에서 국제 공동 연구를 이처럼 강조하고 있다면 경제 규모면에서 작은 나라에 속하는 우리의 경우도 분명 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것이다.

18여년간 대학교수로서 다른 사람들과 공동 연구를 해오면서 경험한 바는 한국 사람들이 팀워크를 잘이루지 못한다는 것이다.

근본적인 이유 중의 하나는 연구의 결과로 얻어지는 보상 (논문, 특허, 연구비 및 그의 대가로 얻어지는 명예나 물질 등)에 대한 욕심 때문이라 생각된다.

보상의 몫을 늘리기 위해 공동연구에 참여하고 기여한 다른 사람들의 권리를 박탈하는 경우도 있다.

짧은 안목에서는 보상을 독차지하면 이득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어리석은 짓이다.

서로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가기 때문에 더 이상 상대로부터의 협력과 기여를 얻을 수 없게 되고, 협력 연구를 통한 수준 높은 목표의 성취를 기대할 수가 없게 되기 때문이다.

공동 연구를 활발하게 하는 팀과 비교해서 결국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공동 연구가 와해될 수 있는 한 사례는 연구논문의 저자권이다.

특히 국제적으로 매우 저명한 논문 발표와 관련이 되면, 누가 제 1저자 혹은 주 저자가 되고 누가 저자에서 제외되느냐 하는 것이 가능한 논란거리중 하나가 될 수 있다.

그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고 경우에 따라서는 보상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논문에 대한 주도권 시비가 일어나기도 한다.

이런 문제로 인해 우수한 연구 결과를 갖고도 기대치 높은 국제논문에 발표도 못하고 결국 공동 연구가 와해된 경험도 있다.

짧은 시야로 보면 보상이 내게로 많이 돌아오도록 손을 쓰는 것이 좋아 보일지 모르지만 긴 안목으로 보면 다른 사람에게 보상이 많이 돌아가게 하는 것이 유익이 될 때가 많다.

이유는 내가 분명한 기여를 하는 한 팀워크를 통한 연구가 지속이 될 것이고, 더 높은 목표를 성취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공동 연구의 기본은 상호간 신뢰이다.

이를 위해서는 내 몫을 챙기려 하기보다 다른 사람에게 더 많은 것을 주려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남의 떡이 커 보이기 때문에 서로 자기 몫을 챙기려 하는 한 상호 신뢰는 지속되기 어렵다.

현재 외국의 한 과학자와 10여년간 국제공동 연구를 해 오고 있다.

양국간의 과학 협력관계가 없기 때문에 정부로부터 국제공동연구를 위한 연구비를 아직까지 받은 적이 없다.

그렇지만 과학자와 지도학생들이 국경을 초월하여 서로 빈번하게 방문하며 오랫동안 협동연구를 해 오고 있고 그 결과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좋은 연구 결과를 성취해 낼 수 있었다.

이러한 공동 연구의 바탕에는 서로에 대한 신뢰가 기초 하고 있다.

연구의 결과로 얻어지는 어떠한 보상에 대해서도 서로 상대에게 혜택을 더 많이 주려 하는데 있다.

실제에 있어서 공동 연구를 지속시키는 원동력은 물론 보상의 공유에 대한 기대감이 아니다.

그보다는 협동 연구를 통해 더 높은 목표를 성취하고자 하는 기대감에 있다.

우리 사회의 보상에 대한 평가가 개인 혹은 연장자에게 치우쳐 있는 점도 공동 협력 연구보다는 개인 연구를 유도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인구 및 자원이 매우 제한되어 있는 나라이다.

힘을 합하여 협동해서 일을 해 나갈 필요가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크다.

서로간에 신뢰를 키우고 서로를 위해주며 서로 상대에게 더 많은 것을 주고자하면서 공동으로 협력해서 일을 해 나간다면 우리나라의 경쟁력은 매우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제정호 포항공대 교수.신소재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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