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치 해금 기다리며 두문불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14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선고로 64일간의 청와대관저에서의 칩거생활를 끝냈다.

지난 4.15총선직전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며 답답한 심정을 털어놓던 노 대통령은 총선이후 열린우리당이 과반수를 확보하자 자신감을 얻은 듯 열린우리당 주요 인사들을 청와대로 불러 국정복귀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 3월12일 자신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는 소식을 듣자 "아직 헌재의 판결이 남아있고 (헌재는)법적인 판단을 하는 만큼, 정치적 판단과는 다른 결론을 내릴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몇 달 뒤에도 여전히 대통령으로서 여러분께 약속한 것을 이행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며 국정복귀에 대한 강한 희망을 피력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직무가 정지되자 청와대 관저에 머물면서 두문불출했다.

재충전의 기회로 삼겠다며 독서에 열중했고 청와대비서실은 이를 '책과의 대화'라고 말했다.

'경제전쟁시대 이순신을 만나다', '드골의 리더십과 지도자론', '기술강국시대 이만불시대', '동아시아 경제변화와 국가의 역할 전환' 그리고 '노무현이 만난 링컨' 등이 그동안 노 대통령이 읽은 책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4월11일 기자들과 산상간담회를 하는 자리에서 "책을 읽어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며 탄핵심판을 기다리는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칩거생활 초반 노 대통령은 비공식적으로나마 참모들과 각계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국정과제에 대한 토론회를 갖겠다는 계획을 내비쳤으나 제대로 하지못했다.

총선직후에도 노사문제와 IT산업 등에 대해 관계부처장관들이 참가하는 토론회를 가지려고 했다가 취소하기도 했다.

다만 문정인(文正仁) 연세대 교수 등과 이라크 파병문제를 토론했고, 정부혁신.지방분권위 민간위원들 및 김대환(金大煥) 노동부 장관과 혁신문제와 노사문제 등을 비공식적으로 토론했다.

노 대통령이 청와대를 벗어나 외부나들이를 한 것은 5차례. 그만큼 노 대통령의 행동은 조심스러웠다.

노 대통령은 처음으로 청와대밖으로 나선 것은 4월10일. 이날 노 대통령은 부인 권양숙(權良淑)여사와 함께 광릉수목원을 찾았다.

이어 11일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산상간담회를 가진 노 대통령은 이날 저녁 총리공관에서 고건(高建) 권한대행, 전윤철(田允喆)감사원장 등과 만찬을 가졌다.

4월15일에는 투표를 위해 효자동에 있는 서울 농학교를 찾았고 총선후인 지난 5월5일에는 김우식(金雨植) 비서실장의 집들이행사에 열린우리당 지도부들과 함께 참석하기도 했다.

총선결과 열린우리당이 과반수를 확보하자 노 대통령의 행보도 달라졌다.

열린우리당의 총선승리가 노 대통령에게 '정치적인 해금'이라고 생각한 때문인지 총선당일 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의장과의 오찬을 시작으로 김혁규 전 경남지사(16일) 김원기.문희상 정치특보, 유인태 전 정무수석(17일) 이강철 국참운동본부장(18일), 김근태 전 원내대표(19일), 열린우리당 선대위지도부 20명만찬(21일) 등 열린우리당 고위인사들과 연쇄회동을 갖고 총선후의 정국운영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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