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기도 하지만 서운한 마음이 듭니다.
어머니께선 돌아가실 때까지 형님이 살아계실 거라는 기대를 버리지 않으셨는데…".
6.25전쟁 때 전사한 큰 형 김덕만씨의 유해와 인식표를 발굴하는 장면을 TV뉴스로 보던 석본(64.달서구 성당2동)씨의 표정은 한동안 굳어 있었다.
50여년 세월을 훌쩍 뛰어 넘어 이제서야 다시 만나게 된 큰 형 모습에 만감이 교차했다.
"대구서 삼촌일을 돕던 형이 입대하기 전 달성군 화원읍 명곡리로 피난가 있던 우리를 찾아왔어요. 그때 제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던 형님 손길이 아직 기억에 생생한데 결국 그게 마지막이었습니다".
육군은 지난 12일 강원 홍천군 내면 방내리에서 6.25 전사자 유해를 발굴하다 김 일병의 유해와 스테인리스 인식표(군번 1136804)를 전사한 지 54년 만에 찾아냈다.
유해와 인식표가 함께 발견된 것은 지난달 30일 이만초 상병에 이어 두번째.
4남2녀의 장남으로 화원읍 설화리에서 1928년에 출생한 김 일병은 1950년 9월20일 입대, 9사단 소속으로 참전했다 다음해 1월19일 홍천지구 전투에서 전사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석본씨는 "가족들은 군에서 지난 51년 유골과 전사 통지서를 보내와 형이 지리산 공비토벌에 참가했다 숨진 것으로 알고 있었다"며 "정확한 기일을 몰라 지금껏 해마다 음력 9월9일(중양절)에 제사를 지내왔지만 이제 정확한 기일을 알게 돼 제삿날을 바꿔야겠다"고 다행스러워했다.
그는 또 "어머님의 큰형에 대한 사랑은 각별해 나머지 아들 셋을 합쳐도 모자란다고 하셨다"며 "이제라도 유해를 수습, 원혼을 달래줄 수 있게 돼 정말 다행"이라 했다.
석본씨의 부인 서순애(60)씨는 "간밤 꿈에 차 타고 가다 내려보니 도로 위에 흙과 피가 묻은 채 키 큰 남자가 누워 있었는데 한번도 뵌 적 없는 시아주버니가 꿈에 미리 나타나신 것 같다"고 말했다.
석본씨는 14일 작은 형 만수(71.수성구 상동), 동생 사만(58.수성구 수성동)씨와 함께 유해발굴 현장을 찾았다.
이상헌기자 dava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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